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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공정사회 외쳤다” … “우리는 염치없는 보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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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나라당 대표 후보로 나선 나경원·유승민·박진·원희룡·권영세·홍준표·남경필 후보(왼쪽부터)가 24일 대구시민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구·경북 대표최고위원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후보자 비전발표회’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한나라당 7·4 전당대회에 출마한 7명의 당권 주자들이 24일 대구에서 ‘비전발표회’를 열고 첫 번째 연설 대결을 벌였다. 당권을 둘러싼 ‘7인의 서바이벌 게임’이 본격 개막된 것이다.

 이날 발표회에는 대구지역 전당대회 대의원을 포함해 2000여 명의 지지자들이 북·막대풍선·부부젤라 등을 동원해 치열한 응원전도 펼쳤다.

 첫 발표자로 나선 나경원 후보는 “이번 전대를 앞두고 (내년 총선) 공천을 담보로 줄을 세운다는 말이 있다”며 “이번만큼은 계파를 잊어버리고 현명한 투표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홍준표 후보는 “지난 3년6개월 동안 계파정치로 당이 멍들었는데, 친이명박계 일부에서 계파 투표를 시도하고 있다. 허수아비 대표를 세워 18대처럼 공천을 전횡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며 “당이 망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친이계의 지원설이 나오는 원희룡 후보를 겨냥한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박진 후보도 “일부에서 벌써 계파에 의해 표가 배분됐다고 한다”고 했고, 남경필 후보는 “친이는 누구를 밀고, 친박은 누구를 밀고, 나머지 의원들은 줄서려고 기웃기웃·전전긍긍하고 있는 게 지금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모습”이라고 개탄했다.

 원 후보는 “우리 내부에 퍼져 있는 패배의식에서 벗어나야 하며 우리끼리 삿대질하는 일은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후보들은 이명박 정부를 향해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홍 후보는 “(정부가) 장관, 총리 후보로 부패하고, 무능하고, 병역 비리 있고, 세금포탈 했던 사람을 내놓아 정권 초기부터 장관과 총리가 낙마하니 국민들이 마음을 돌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영세 후보는 “(정부와 한나라당 지도부는) 말로만 친서민, 공정사회를 외치고 서민의 눈물은 관심도 없이 그저 자리 나누기에만 급급했다”며 “옛 지도부는 청와대에 비굴했고 자기 편엔 관대했지만 상대편엔 가혹했다”고 비판했다.

 이밖에 “당과 정부가 하고자 했던 것도 안 하고 약속도 번복해 신뢰의 위기를 가져왔다”(나 후보), “국민들은 먹고살기 어려운데 책임지지 않는 보수, 염치 없는 보수였다”(유승민 후보), “물가는 오르고 경제는 엉망진창이고, 온갖 국책사업은 뒤집혔다”(남 후보) 등의 비판이 나왔다.

 반면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한 ‘구애’ 경쟁은 뜨거웠다.

 나 후보는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박 전 대표의 별명을 따 “‘선거의 여왕 2’라는 애칭을 가진 나경원이 총선에서 승리를 보장하겠다”고 했다.

 권 후보는 “박 전 대표의 천막 정신과 천막 리더십으로 돌아선 민심을 다시 돌리겠다”고 했고, 박 후보도 “당을 구한 박 전 대표의 천막당사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후보는 “제가 당 대표가 되면 박 전 대표에게 경기도의 젊은 표를 몰아드리고 박 전 대표에겐 신뢰의 이미지를 받겠다. 그러면 한나라당에 축복이 될 것”이라고 했다.

 친이계의 지원설이 나오는 원 후보조차 “정권 재창출과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약속한 대화합의 정신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했다.

 그러자 친박계의 유 후보는 “평소에 좀 잘하지, 평소엔 구박하다가 선거 때가 되니까 전부 다 우리 박근혜 전 대표를 잘 지키겠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전직 지도부 대 새 지도부’의 대결구도도 부각됐다. 유승민·권영세·박진·남경필 후보는 전직 지도부였던 홍준표·나경원·원희룡 후보를 겨냥해 “국민들이 TV 보다가 옛 얼굴이 또 나오면 ‘한나라당이 뼈를 깎는 반성으로 고쳐보겠다더니 정말 우습다, 저게 무슨 변화야’라고 할 것”(유승민)이라는 등의 공세를 펼쳤다. 이에 홍 후보는 “대선이란 큰 판을 끌고 나가려면 후보를 위해 싸울 전사가 있어야 야당을 제압할 수 있다. 뒤에 앉아 스타일리스트처럼 말만 번드르르하게 하면 어떻게 하겠나”라고 반박했고, 나 후보는 “당의 위기를 구하기 위해 눈물을 흘리라면 흘리겠고, 무릎을 꿇으라면 꿇겠다”고 했다. 원 후보는 “저를 버리고 당을 살리겠다”며 “내년 총선과 대선에 전념하기 위해 대표 경선에서 이기건 지건,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다시 확인했다.

 서울 종로가 지역구인 박 후보는 “지난 18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와 맞섰을 때 당당하게 싸워 이겼다”며 “제가 대표가 되면 민주당과 손학규 대표의 기를 꺾겠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비전발표회는 7월 2일까지 전국 6개 권역에서 ‘릴레이 유세’ 방식으로 치러진다.

대구=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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