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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비판했다고 … 전경련 회장, 청문회 세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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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참고인석.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와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석이 비어 있다. 조 회장은 국회 환노위의 증인 채택 이후 해외 출장을 떠났고, 여야 환노위원들은 “도피성 출국”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허창수 전경련 회장

국회가 재계 인사들에게 잇따라 ‘소환 통보’를 하면서 재계 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재계에선 “정치권이 경제문제를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성으로 접근해 공격해 온다”는 등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지난 21일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정치권의 정책 추진을 비판하면서 표출되기 시작했다. 허 회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반값 등록금과 감세 철회 등의 정책은 면밀한 검토 없이 즉흥적으로 나왔다. 선거를 앞두고 쏟아지는 포퓰리즘성 정책에 대해 재계 의견을 제대로 내겠다”고 비판했다.

 허 회장의 발언에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인 정태근 의원이 적극 반박했다. 그는 22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지경위) 전체회의에서 “허 회장은 물론 중소기업회장·소상공인연합회장이 출석하는 청문회를 지경위 차원에서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또 “포퓰리즘 정치보다 무서운 게 납품가 후려치기, 기술 탈취 같은 시장 마키아벨리즘”이라고 반격했다.

 한나라당 7·4 전당대회의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남경필 의원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 정부 들어와서 대기업이 얼마나 잘나가는지는 온 국민이 다 안다. 자기 기업과 가족만 위하는 이기적 태도가 보수 전체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경위원장인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29일로 예정된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공청회에 허 회장을 출석시키겠다”고 했다. 지경위는 29일 청문회에 허 회장은 물론 다른 경제 5단체장들에게도 출석요구서를 보내놓은 상태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기자간담회에서 “재벌 총수가 아직도 정글적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기주의적 발상을 한다”고 거들었다.

 허 회장 측은 당혹감과 함께 불쾌감을 나타냈다. 전경련 관계자는 23일 “필요하다면 주요 현안에 대해 국회든, 정부든, 다른 관련 단체든 언제든지 대화와 토론을 한다는 게 전경련의 방침이나 이번 사안과 관련해 회장을 부르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회가 허 회장을 불러 국민 앞에 재계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공청회를 악용할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허 회장은 국회의 정식 출석 요청이 오면 입장을 정할 방침이라고 한다.

 앞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2일 한진중공업 노사 분규와 관련해 조남호 회장을 불러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하지만 조 회장은 해외 출장을 떠나면서 출석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야당 환노위원들은 “6개월이 넘는 장기파업에 국회가 해결을 위해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자 최소한의 도리”라며 “대한민국은 노동자를 억압하며 사익만을 추구하는 재벌을 위한 공화국이 아님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조해진 의원도 “그간 노사분쟁이 발생해도 정치권은 국가 경쟁력 관점에서 노사의 자율적 해결을 존중해 왔는데, 이런 태도를 기업들이 악용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은 기업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은 다하지만, 그걸 이용해 기업주가 ‘성역화’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성명서에서 “국회가 민간 영역에 무분별하게 개입하고 있다”며 “경영계는 심각한 우려를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또 “굳이 지주회사 회장의 출석을 요구하면서 청문회까지 개최하려는 것은 환노위 위원들이 사주를 압박해 노조의 요구사항을 수용하게 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포퓰리즘적 행태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했다. 경총은 ▶노조의 입장만 대변하는 불공정한 행보 중단 ▶기업인에 대한 국회 출석 요구 시 신중한 검토 선행 등도 정치권에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도 국회 기재위·환노위 등의 ‘경제인 소환’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국회가 진지하게 방안을 찾는 과정에서 의견을 구하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의 상황은 특권기관처럼 권위적으로 비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활동이 위축되지 않게 기업인들의 출석 요구는 자제하는 게 그동안의 암묵적인 합의였는데, 이번 사안은 맘에 안 드는 발언을 한 재계 인사에게 권력 행사를 하는 것처럼 오해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명지대 김도종 교수는 이와 관련, “국회는 대통령이든 재벌 총수든 언제든지 부를 수 있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하지만 정치적으로 불순한 의도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김승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GS그룹 회장
[現] GS 대표이사회장
[現]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제33대)

194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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