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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의 재미있는 자연 이야기] ⑥ 지구에서 사라진 새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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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날지 못하는 새 도도(Dodo)는 몸길이 75㎝, 몸무게 23㎏의 뚱뚱한 새다. 아프리카 동쪽 모리셔스 섬에 살던 도도는 16세기 포르투갈·네덜란드 선원들이 상륙한 후 1세기 만인 1663년 마지막 모습을 드러낸 뒤 완전히 멸종됐다. 영국 옥스퍼드의 한 박물관에 남아있던 마지막 골격 표본 마저 1775년 소실됐다. 2005년 모리셔스에서 다시 유골이 발견될 때까지 그림(사진1)만 남아있었다.

도도는 ‘완전히 죽어버린’이란 뜻의 영어 숙어 “dead as a dodo”라는 표현처럼 인간에 의한 동물 멸종의 상징이다. 사람들은 도도가 멍청했기 때문에 멸종됐다고 설명해왔다. ‘도도’란 이름도 포르투갈어로 ‘바보’를 뜻한다. 하지만 도도가 멸종한 근본 원인은 인간에 의한 생태계 교란이었다. 사람들의 사냥에 의해서, 그리고 사람이 데려온 개·돼지·원숭이 등이 알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운 탓이었다. 천적 없는 섬에서 평화롭게 살아온 도도였기에 사람을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타조와 비슷하게 생긴 뉴질랜드의 모아(Moa·사진2)라는 새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키 3.5m, 몸무게 250kg으로 지구상에 살았던 새 중 몸집이 가장 컸다. 700여 년 전 뉴질랜드에 들어온 마오리족의 사냥으로 멸종됐다. 특히 이 새가 알을 낳을 수 있을 정도로 자라는 데는 10년이나 걸렸기에 사냥이 계속되자 번식을 할 만한 처지가 못되었던 것이다.

과거 북아메리카에는 나그네비둘기(Passenger pigeon·사진3)가 수십억 마리를 헤아릴 정도로 많았다. 이 새가 집단으로 이동할 때에는 며칠씩 하늘을 뒤덮기도 했다. 북아메리카에 정착한 백인들은 새의 고기 맛에 푹 빠졌고 산탄총을 마구 쏘아댔다. 집단을 형성하지 못할 정도로 줄어든 끝에 1914년 미국 신시네티 동물원에서 마지막 한 마리가 숨을 거뒀다.

최근 환경부는 크낙새(사진4)를 멸종위기동물 후보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사실상 멸종됐음을 선언한 셈이다. 크낙새는 숲속에서 말라죽은 나무에 구멍을 파고 둥지를 만들고, 새끼에게는 벌레를 먹였다. 남한에서는 경기도 광릉에 살았으나 최근 30년 동안 전혀 관찰되지 않았다. 북한에서는 아직 황해도 지역에 20여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이 새로운 동물 종(種)이 탄생시키는 데는 3만 년이 걸리지만, 인간이 이를 멸종시키는 데는 수십 년이면 충분하다. 2050년까지 지구 동식물 종의 15~37%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동식물이 사라지는 지구에서 사람이라고 언제까지나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의문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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