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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소녀에 폭탄조끼 입혀 테러 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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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소하나 자웨드

“검문소가 보이자 죽을 힘을 향해 달렸어요.”

 파키스탄 무장단체에 납치돼 자살 폭탄테러의 희생양이 될 뻔했던 9세 소녀가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했다. 무장단체가 초등학교 3학년에 불과한 소녀에게까지 9㎏가량의 폭탄이 장착된 조끼를 입혀 테러에 동원하려 한 것이다.

 파키스탄 로워 디르 지구 경찰 측은 2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18일 확인되지 않은 한 무장단체에 납치된 9세 소녀가 4시간 만에 탈출해 목숨을 건졌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파키스탄에서 어린 소년들을 이용한 자폭 공격은 종종 있었으나 여자아이가 테러에 동원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소녀의 이름은 소하나 자웨드. 그는 파키스탄 북서부 지역 페샤와르에 있는 자신의 집 주변에서 납치를 당했다. 경찰 측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나온 자웨드는 “아침에 학교에 가는 중 집 주변에서 두 여성이 나를 납치해 강제로 차에 태웠다. 차 안에는 두 명의 남성이 더 있었다”며 “그들은 다시 손수건으로 내 눈을 가리고 강제로 내게 폭탄조끼를 입힌 뒤 차를 운전해 어디론가 갔다”고 밝혔다. 자웨드가 도착한 곳은 로워 디르 지구 군 검문소 근처였다. 로워 디르는 지난해 4월 지역 정당인 아와미국민당(ANP) 행사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해 수십 명이 숨지는 등 테러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다.

 자웨드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테러범들이 방심한 틈을 타 손을 뿌리치고 검문소를 향해 전력으로 달렸다. 검문소에 근무하던 병사들은 자웨드의 몸에서 안전하게 폭탄조끼를 분리했다. 살림 마르왓 로워 디르 지구 경찰서장은 “조끼에 장착된 폭탄에는 원격 무선 조종장치가 설치돼 있어 멀리서도 조종을 통해 폭발이 가능했다. 무장단체가 어린아이를 이용해 군 검문소를 원격으로 공격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테러범들이 왜 자웨드가 검문소로 도망치는 순간 폭탄을 터뜨리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마르왓 서장은 “갑자기 일어난 돌발 상황에 테러범들이 당황해 폭발시키는 것을 포기하고 도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 측은 충격으로부터 회복 중인 자웨드에 대한 심리 치료를 우선 실시한 뒤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자웨드가 사는 페샤와르 지역 경찰 측은 “어린이 실종 신고가 없었으며 자웨드란 이름을 가진 거주자도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오사마 빈 라덴이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 있는 은신처에서 사살된 이후 파키스탄에서는 크고 작은 보복테러 공격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13일 파키스탄 보안군 병력을 겨냥한 두 건의 자살 폭탄테러로 80여 명이 숨진 데 이어 같은 달 22일에는 파키스탄 탈레반이 자국 해군기지를 공격, 14명이 사망했다. 9세 소녀를 이용해 자폭 테러를 시도했던 이날도 페샤와르 지역에서 발생한 차량 테러로 3명이 죽었다.

남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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