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고통 나누니 힘 솟아요…춤추며 암 이겨낸다

미주중앙

입력

GAMC 암센터 댄스클래스 수강생들이 아프리카 민속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이 곳에서는 암 환자와 암 생존자들을 위한 다양한 무료 클래스가 열린다. 김상진 기자

가족도 '해줄 수 없는 일' 도맡아
요가·뜨개질·스킨케어 등 다양
키모때는 병실서 파티도 열어

글렌데일 애드벤티스트 메디컬센터(GAMC)의 암센터에서 눈에 띄는 장면은 흥겨운 음악속에 암환자들이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다.

'canDancer' 클래스는 GAMC 산하기관인 'Therapy and Wellness Center'에서 일주일에 두번 열린다. canDancer 'Cancer(암)와 Dancer(무용수)를 합한 말이다.

구아다루페 멘도자씨는 3년 전 유방암 진단을 받아 양쪽 가슴을 모두 절개했다. 얼마 전에는 뼈와 간에 암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

현재 항암치료 중이지만 댄스클래스는 빠지지 않는다. "춤을 추지 않았다면 다시 항암치료를 받을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겁니다. 같은 아픔이 있는 친구들과 함께 춤을 추면서 가족보다 더 큰 위로를 받습니다" 한인 키미 김씨도 암 생존자다. 10년 전 유방암을 앓은 뒤 항암치료에 질려서 암과 관계된 모든 것을 멀리하고 지냈다. 정기검진을 받는 날 외에는 병원 근처에도 안 갔다. 다른 암환자들도 의식적으로 멀리했다.

그러나 센터에 다니면서 달라졌다. 건강도 좋아지고 생존자들과 나누는 교감으로 생활에 활력을 얻었다. 지긋지긋해 잊고 싶기만 했던 암에 대한 악몽을 오히려 드러내 놓고 나누다 보니 극복하게 됐다.

댄스클래스를 지도하는 알린 비도르씨는 "학생들이 춤을 추면서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갖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자신감은 암을 이길 수 있는 힘을 준다"고 설명했다. 가족이나 주변에서 '해줄 수 없는 일'이다. 'canDancer'는 센터 행사 때마다 불려다니는 인기 클래스다.

GAMC 암센터 스케줄표는 빡빡하다. 일주일에 5일 하루에 적어도 클래스 3개가 있다.

요가 댄스 피트니스 걷기그룹 뜨개질 미술 스킨케어 메이크업 등 종류도 다양하다. 클래스는 환자의 수준에 맞춰 레벨을 조절한다.

GAMC의 파멜라 킹 코디네이터는 보수가 좋은 다른 직장들을 마다하고 이 일을 택했다. 친구와 재미로 참가했던 유방암 걷기대회를 다녀온 3일 후 이모가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삼촌은 대장암을 앓고 있다. 가까운 친척들이 투병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암 환자들의 고충을 이해하게 됐다.

“암환자들을 도울 수 있다는 건 저에게는 영광입니다. 도움이 필요한 한인들도 많이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가족도 '해줄 수 없는 일' 도맡아
요가·뜨개질 ·스킨케어 등 다양
키모때는 병실서 파티도 열어

센터의 문은 활짝 열려있다. 클래스는 모두 무료며 신분이나 보험소지 여부는 묻지 않는다. 병력에 대한 특별한 증명도 필요 없다.

암환자뿐 아니라 암환자 가족들을 위한 서포트 그룹도 있다. 서포트 그룹은 서로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 아픔을 나누고 돕는 공동체다.

센터에서는 종종 파티가 열린다. 이른바 ‘키모파티’다. 4~5시간이 넘게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서포트 그룹 친구들이 병실에 모여 왁자지껄하며 파티를 열어준다. 머리카락이 빠질 정도로 독한 항암제를 맞는 고통도 이들의 위로로 어느샌가 잊게 된다.

말만 들어도 무서운 암이 센터 내에서는 가장 많이 듣고 하는 말이다. 속시원히 밖으로 꺼내 지지고 볶다 보니 암이 어느새 만만한 존재가 돼버렸다. 같은 아픔을 공유하는 공동체의 힘 때문이다.

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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