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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납품가 3500억 HUAV‘가격 검색’ 안 하고 1870억 신청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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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청이 해외에서 첨단 무기를 구입하면서 가격도 제대로 확인 안한 채 주먹구구로 예산을 편성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구입 자체가 불가능해지거나 ▶원래 수량과 품질에 맞춰 구입하지 못하거나 ▶추경예산으로 막대한 추가자금을 투입해야 할 판이다. 이 같은 사실은 본지가 고고도 무인 정찰기(HUAV·사진)인 글로벌 호크와 아파치 헬기 구입, F-16 개량 사업 등 주요 무기 예산을 추적한 결과 드러났다.

◆HUAV 사업=본지가 입수한 방사청 자료에 따르면 이 사업은 2008~2015년까지 4854억원을 들여 한반도 주변과 북한을 감시·정찰하기 위해 최신예 무인 정찰기인 ‘글로벌 호크 RQ-4 블록30’을 4대 구입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에 정보를 과도하게 의지해온 현실을 고려하면 작전권 환수 뒤엔 필수 장비다.

2003년 6월 200차 합동참모회의에서 ‘2009년까지 전력화’를 결정했다. 2004년 ‘미국 직구매’ 방침을 정했고 2006년 12월 국방대학교, 2008년 1월 한국산업개발연구원이 사업 분석을 했다. 그러다 2009년 4월 전력화 시기가 15년으로 연기됐다.

미국이 ‘미사일수출 통제체제(MTCR)상 수출 통제 품목’이라는 이유로 판매에 미온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2010년 9월 미 국무부가 ‘글로벌 호크 한국 판매에 동의하며 신 미사일 지침과 별건으로 이 사업을 추진한다’는 데 동의, 2011년 5월 현재 미 의회가 검토 중이며 6월 중순께 판매 승인될 것으로 방사청은 보고 있다. 구입 대수는 한 세트로 운영되는 4대다.

그러나 승인돼도 예산이 너무 적어 구입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방위사업청 소관 2006·2008년도 국방위 예산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방사청은 2007년까지 HUAV 예산을 1870억원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정부의 예산 배정 전 공개돼 있던 2006년 3월 미 회계예산국(GAO)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호크 대당 프로그램 가격은 2001년 기준 7600만 달러, 한 세트에 3억4000만 달러(약 3500억원)다. 가격은 2005년 대당 1억245만 달러, 세트당 5억 달러(약 5600억원)로 치솟았다. 프로그램 가격은 개발비와 양산가격을 더한 것이다. 여기에 무장, 후속 지원 등을 포함하면 가격은 더 상승한다.

한 군 관계자는 “이 금액으론 글로벌 호크의 동체만 구입 가능하다”며 “가장 중요한 센서와 데이터 링크 지상통제장비 등은 생각지 않고 껍데기만 구입하려는 셈”이라고 했다. 동체 구입 뒤 별도로 장비를 장착해 운영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엔 그런 장비가 없다.

예산은 2011년 4854억원으로 250%가량 치솟았다. 방사청은 송영선 의원에게 제출한 보고서에서 “2009년 9월 미 정부가 제공한 가격 자료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 비현실적이다.

미 GAO 2011년 3월 보고서가 공개한 대당 프로그램 가격은 1억7600만 달러, 세트당 7억 달러(약 7700억원)다. 실제로 한 방사청 관계자는 “2011년 미 국방부가 방사청에 제시한 가격은 7억 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호크의 생산 대수가 68대에서 55대로 줄어 한국의 구입 가격이 8억 달러 이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안성규 기자, 김병기 객원기자 askm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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