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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평준화 시대 … 예술가적 감성이 기업 살 길이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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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호 26면

Q.크라운해태가 예술경영을 한다는데 예술경영이 뭔가요? 예술경영을 하면 실적이 좋아지나요? 제과업뿐 아니라 모든 업종에 이 예술경영을 적용할 수 있습니까?

경영 구루와의 대화<8>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①

A.IQ는 지능지수입니다. 주로 기억력을 평가하는 지수죠. 반면 EQ(Emotional Quotient)는 감성지수, 곧 마음의 지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창조경영의 창시자로 통하는 로버트 루트번스타인은 『생각의 탄생』에서 기업이 고성장을 하려면 창조경영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음악, 미술, 문학 등에 반응하는 인간의 감성을 잘 활용하라고 말했습니다. 『드림 소사이어티』를 쓴 미래학자 롤프 옌센도 꿈과 감성이야말로 가장 핵심적인 경쟁력이라고 설파했죠. 부를 창출하는 원천이 이성에서 감성으로 이동하고 있는 건 확실해 보입니다.

저는 EQ보다 AQ(Artistic Quotient)를 높여야 한다고 봅니다. AQ란 예술적 표현 능력의 수준을 나타내는 말하자면 예술가적 지수입니다. 제가 만들어 낸 말입니다. 음악가, 화가, 문인 등 직업적인 예술가의 AQ를 저는 100으로 보는데, 이들과 견주어 보면 저마다 자신의 AQ가 어느 수준인지 가늠해 볼 수 있죠. 노래를 듣는 관객에게 필요한 게 EQ라면 노래를 부르는 가수에게 요구되는 게 AQ입니다.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데는 EQ만 있으면 되지만 작품을 만들어 내는 데는 AQ가 필요합니다.

EQ가 수동적이라면 AQ는 적극적이죠. 이제 기업들은 EQ를 넘어 구성원의 AQ를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바로 AQ 경영입니다. 아트 경영이나 문화 경영과도 통하는 개념이죠. 미국의 명문 미술대학인 RISD(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의 존 마에다 총장은 미래엔 기술의 수준이 같아져 결국 예술적 독창성으로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합니다. 높은 기술이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는 현실에서는 예술가의 도발적인 독창성을 끌어들여야 탁월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제가 종사하는 과자업계에 적용을 해보죠. 과자를 만드는 메이저 회사 간에는 이제 기술과 품질의 격차가 거의 없습니다. 같은 기계로 같은 원료를 사용해 과자를 만들고, 식스시그마도 똑같이 하다 보니 메이커 간에 불량률마저 비슷한 수준으로 수렴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부가가치로 예술적 감성을 가미해야 합니다. 예술작품처럼 심미안을 만족시키는 아름다운 제품을 구매할 때 고객이 즐거워하기 때문이죠.

AQ 경영이란 한마디로 인간의 본성에 호소하는 경영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본성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게 돼 있어요. 그러면서 즐거움을 맛보죠. 크라운제과가 만드는 쿠크다스라는 과자가 있습니다. 직사각형의 이 밋밋한 과자에 생동감을 불어넣느라고 우리가 초콜릿으로 S자 형태의 물결 무늬를 그려 넣었습니다. 또 이 물결의 산은 가늘게 골은 굵게 그려 율동감을 살렸습니다. 어쨌거나 과자의 맛이나 품질과 무관한 선이죠. 그런데 이 곡선 덕에 매출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애플사 제품에도 이런 감성이 살아 있습니다. 일례로 아이폰은 뒷면의 코너를 깎아 둥글고 매끄럽게 만들었습니다. 그 감촉이 좋아 손에 쥐면 기분까지 덩달아 좋아지죠. 그 후 나온 휴대전화들은 다 이런 디자인을 답습했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AQ를 높일 수 있을뿐더러 기업은 구성원 집단의 AQ 즉 G(Group)AQ를 높여가야 합니다. 집단 지성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습니다만 GAQ는 일종의 집단 지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품을 작품으로 만들려면 내부의 GAQ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직원 개개인으로서도 심미안이 없이는 조직에서 성장하기 어려워요. 디자이너가 뛰어나다고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습니다. 디자인의 수준은 디자이너가 아니라 의사결정권자의 안목 수준에 좌우됩니다. 이것이 전 임직원이 미에 대한 안목을 키워야 하는 이유죠. 더 이상 제품의 효용, 생산 효율, 품질 관리로 승부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과자의 포장지인 박스로 조형물을 만드는 박스 아트를 우리가 창안했습니다. 본래 포장지는 고객이 해당 제품을 구매하고 나면 쓰레기가 돼 버리죠. 그때부터는 비용이에요. 그래서 직원들에게 이 마이너스적 가치밖에 없는 과자 박스로 무엇이든 만들어 보라고 했습니다. AQ 향상 체험 프로그램의 일환이었죠. 처음엔 장난감을 비롯해 이것저것 만들었어요. 그러다 어느 날 조형물을 만들게 됐죠. 그런데 한 직원이 이 조형물을 영업에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그래서 이 조형물을 점포에 설치하고 그 주변에 우리 제품을 진열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몰려들었어요. 자연스레 그 앞이 포토존이 되어 버렸죠. 지금은 점주들이 이 조형물을 서로 차지하려고 쟁탈전을 벌입니다. 좀 거창하게 말하면 일회용 용기를 우리 직원들이 디스플레이를 위한 아트로 승화시킨 겁니다. 뿐만 아니라 박스 아트는 우리 영업 부서의 핵심 역량이 됐습니다.

AQ 경영이 시장에서 먹히려면 고객의 AQ 지수도 함께 높아져야 합니다. 우리가 송추의 아트밸리로 점주 고객을 초청해 예술 체험을 제공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죠. 유리병을 가열해 늘이고 구부려 작품을 만드는 병 공예라고 있습니다. 이 병 공예를 체험하고 나면 집에서 병을 함부로 못 버립니다. 무심코 버리는 병이 작품을 만드는 데 유용한 재료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박스 아트, 병 공예 등을 체험하고 나면 고객들이 영감을 얻고 심미적 가치에도 눈을 뜨게 됩니다. 부수적으로 재활용의 미덕도 내면화하게 되죠.

이렇게 체험 활동을 통해 우리 회사와 한 번 관계를 맺고 나면 단골 고객이 됩니다. 어쩌면 인지상정이죠. 이렇듯 지속적인 고객을 창출할 수 있으니 AQ 경영이야말로 지속가능 경영이라고 할 수도 있겠군요. 전통적인 제과업은 굴뚝산업이고 장치산업입니다. 그렇다 보니 사양산업 소리도 듣습니다. 제과 등 미래의 식품산업은 예술적 감성을 담아내 고객에게 행복감을 안겨 줘야 합니다. AQ 경영을 도입해야 하는 까닭이죠.

AQ 경영은 모든 업종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아름다움과 예술성을 추구하는 데는 한계가 없습니다. 과유불급이 통하지 않는 세계죠. AQ 지수가 높아지니 직원들 넥타이 색깔부터 달라지더군요. 컬러 매치의 안목이 높아진 거죠. 제품이든 포장지든 색깔을 쓰지 않는 업종은 없습니다. 기술이 좋은 회사가 시장을 지배하는 시대는 저물었습니다. 회사가 성장하려면 좋은 기술은 기본이고 GAQ가 높은 조직을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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