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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봤습니다] 폴크스바겐 제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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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폴크스바겐 제타 2.0 TDI는 단단한 골프 차체를 사용해 세단으로 만든 차다. 골프처럼 민첩한 핸들링뿐 아니라 18㎞/L의 뛰어난 연비도 강점이다. 입구가 넓고 깊은 트렁크는 네모 반듯해 큰 짐을 싣기 편리하다.


폭스바겐코리아가 지난달 출시한 제타는 골프와 형제간이다. 해치백 골프의 차체와 엔진·변속기를 그대로 사용한 채 꼬리(트렁크)를 달아 세단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큰 차이가 있다. 골프는 독일산이지만 제타는 멕시코에서 생산한다.

 폴크스바겐은 제타의 생산지만 멕시코 공장일 뿐 엔지니어링은 독일이라고 강조한다. 저렴하고 잘 달리고 튼튼한 폴크스바겐의 철학이 그대로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타 광고에도 골프와 마찬가지로 ‘오리지널 저먼(German)’이라고 쓰지만 어울리지 않는 점이 많다.

 제타를 상세히 뜯어보면 골프와 대다수 부품을 공유해 대량생산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많이 팔아 이익을 남기겠다는 폴크스바겐의 전략이 담겨 있다. 미국에서 제타 기본형은 1만6000달러에서 시작한다. 현대 아반떼와 함께 소형차(B세그먼트)에서 가장 저렴하다. 국내에서는 크기로만 따지면 준중형차다.

 미국에 파는 것과 다른 것은 후륜 서스펜션이다. 미국이 저가형 토션빔(국산 준중형이 대부분 토션빔)인 데 비해 한 단계 고급인 멀티 링크를 사용해 쫀득한 코너링을 보여준다.

 앞모습은 영락없는 골프다. 뒤로 갈수록 중형차 파사트의 냄새가 난다. 기존 모델보다 디자인 완성도가 한결 높아졌다. 엄청 커진 게 기존 모델보다 좋아진 점이다. 67㎜ 길어진 휠베이스 덕분에 2열은 성인이 편하게 탈 수 있을 뿐 아니라 무릎 공간도 여유가 있다. 트렁크는 입구가 넓고 깊다. 네모 반듯하게 생겨 큰 짐을 실을 때 활용도가 뛰어나다. 국산 경쟁차에 없는 매력 포인트다.

 인테리어는 골프와 흡사하다. 재질감은 국산 준중형차보다 못하다. 손쉽게 쓸 수 있는 깔끔한 스위치 배열은 돋보인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내비게이션이나 전동 가죽시트는 달지 않았다. 대신 골프에 없는 버튼 시동장치를 달았다. 직물시트는 질감이나 밀착성에서 가죽시트보다 좋은 편이다. 수동 시트조절 레버도 손쉽게 조작할 수 있다.

 동력성능은 골프와 똑 닮았다. 꼬리가 길어 무게가 46㎏ 무거워지는 바람에 가속력은 골프보다 약간 뒤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성능이 입증된 2L 디젤과 빠른 변속시간으로 연비와 가속력을 좋게 하는 DSG 변속기의 궁합은 만점이다. 이런 궁합에 공인 연비는 18㎞/L에 달한다. 시내주행에서도 14㎞/L가 나온다. 디젤 엔진음 차단은 뛰어난 수준인 데 비해 바닥에서 올라오는 타이어 소음은 거슬린다.

 연비를 가장 중요한 구매요소로 따지면 제타 1.6 블루모션이 안성맞춤이다. 신호대기 때 엔진이 자동으로 꺼져 연비를 좋게 하는 오토스톱 장치가 달렸다. 공인연비가 무려 22.2㎞/L다. 문제는 재출발을 위해 시동이 걸릴 때 굉음이 난다. 시승 중에 조수석에 동승해 졸던 사람이 놀라서 잠을 깨기도 했다. 멕시코산과 독일산의 다른 점이라고 할까. 전체적으로 마무리나 구성을 보면 제타보다는 골프가 한 수 앞선다. 하지만 한국에서 가격은 같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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