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中 증시 개미군단 참여로 활황

중앙일보

입력

"장쩌민(江澤民)주석이 중국 증권감독위원회 주석인 저우정칭(周正慶)에게 쪽지를 보냈다. 1992년부터 지금까지 두배에도 못미치는 경제성장을 한 미국의 주가는 네배나 뛰었다.

미국보다 훨씬 빠른 성장을 이룬 중국의 주가는 왜 그렇게 오르지 않았는가' 는 내용이었다. 저우정칭은 즉각 증권계 인사를 소집해 논의한 결과 江주석의 쪽지는 중국의 증시가 건강하게 발전하지 못하고 있음을 질타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

지난해말 중국 증권가에 파다하게 퍼진 이야기다.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증시 발전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음을 전하는 소식이다.

당국은 증권회사가 주식을 담보로 은행의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허용하는 등 일련의 증시 부양조치가 잇따랐다.

이같은 부양조치 때문인지 2주일간의 춘절(春節.설)연휴를 보내고 14일 문을 연 증시는 지난 한주간 갖가지 신기록을 양산하며 폭등세를 보였다.

상하이(上海)와 선전(深□)의 종합주가지수는 개장 첫날 각각 9.05%.9.36%가 올라 하루 상승폭으로는 최고를 기록했다.

전체 상장주의 절반 가까운 4백56종의 주식이 상한가를 기록했으며 하한가 종목은 단 1종에 그쳤다. 이 역시 전에 없던 현상이었다.

또 15일엔 '이안커지(億安科技)' 주식이 중국 주식으로는 처음으로 1주에 1백위안을 넘겨 소위 '황제주' 의 반열에 올랐다.

VCD.DVD의 생산.판매 등이 주업종인 이 회사 주식은 지난해 1월 4일 8.72위안이었다. 17일에는 하루 거래액이 중국 증시 사상 최다인 9백25억3천8백만위안(약 11조4천7백억원)을 기록했다.

개인들의 신규투자도 줄을 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주식시장을 불안하게 쳐다보는 사람도 많다.

중국 정부가 억지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양상이어서 자칫 묻지마 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들만 손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당국은 증시를 통해 경영이 나쁜 국유기업의 회생 자금을 조달하는데만 관심을 기울인다는 지적이다.

실적이 없는 신기루 같은 기업에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는 현실이 드러날 경우 주식시장의 폭락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잠재력이 큰 사영기업의 상장을 장려하고 증시 안정을 떠받칠 기관투자가들을 배양하는 등 당국의 추가적인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