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도 “내 세금낭비 스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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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국 대통령이 ‘세금 낭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조 바이든(Joe Biden) 부통령을 책임자로 지정하고 새로운 감독기구를 설치해 연방 정부기관들의 세금 낭비 요소들을 뿌리뽑기로 했다. 그 첫 조치로 수개월 내에 2000개에 달하는 각 연방기관 웹사이트 중 25%인 500개를 통폐합하기로 했다. 내년까지는 현재의 절반인 1000개로 줄이기로 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 중 하나다.

 오바마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행정명령을 발동해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을 주축으로 한 고위 감사 전문가 11명으로 구성된 세금낭비 감독위원회의 신설을 공표했다. 새 위원회의 역할은 각 정부기관의 중복투자와 부정행위, 직권남용 등 세금 낭비 행위를 적발해 정부기관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바이든 부통령이 정기적으로 ‘세금 낭비 없애기’를 주제로 각 부처 장관 회의를 주재하고, 장관들은 일정 기간마다 부통령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행정명령 발동 후에 한 대국민 연설에서 “대통령에 취임한 첫날부터 세금 낭비를 줄이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드는 것이 최우선 목표였다”며 “더욱 심해진 재정적자를 붙잡기 위해 이제부터 그 싸움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소한 규모의 세금 낭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실무 총책임을 맡은 바이든 부통령은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연방정부가 수십억 달러의 납세자 돈을 낭비하도록 허용했다”며 “이제부터 정부가 일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고, 잘못 사용된 달러에 대한 사냥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제이컵 류(Jacob Lew) 예산관리국장(장관급)도 “경제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납세자들의 돈을 낭비하는 것은 있을 수 없지만, 지금과 같은 도전의 시대에는 더욱 각별히 막아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정부는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발표하면서 곧바로 연방 정부기관이 웹사이트를 신설하는 행위를 금지시켰다. 수개월 내에 다른 기관과 중복된 내용이 많고 이용자가 적은 웹사이트 500개를 없애거나 다른 사이트와 통합하기로 했다. 실효성이 낮은 웹사이트 제작과 운영에 들어가는 돈을 아끼겠다는 취지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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