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당 첫 기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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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구당 김남수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는 구사(灸士·뜸 놓는 직업) 자격 없이 침뜸을 가르치고 강의료로 10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등)로 구당 김남수(96) 뜸사랑 정통침뜸교육원 대표를 14일 불구속 기소했다. 김씨는 그동안 무허가 의료행위 등으로 10여 차례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실제 기소가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동대문구 교육원에서 불법으로 침뜸을 가르쳐 143억원 상당의 수익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08년 4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시험을 통과한 수강생 1694명에게 ‘뜸요법사’나 ‘뜸요법사인증서’를 주는 등 사설 자격증을 운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관계자는 “침사(鍼士·침 놓는 직업) 자격만 있는 김씨가 뜸을 놓거나 가르치는 것은 ‘무허가 의료행위’에 해당하며, 국가가 인정하지 않은 자격증을 발행하는 것 역시 불법”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83년 행정소송으로 침사 자격은 인정받았으나 구사 자격은 얻지 못했다. 김씨는 “자격 없이 뜸 시술을 했다고 자격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며 수차례 이의를 제기했으나,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7월 의사면허가 없는 사람에게 침뜸 시술을 금지하는 의료법 27조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침사와 구사는 일제 강점기에 운영된 제도로 1962년 의료법 개정으로 한의사 제도가 생겨나면서 사라졌지만 이미 침사나 구사 자격을 받은 사람에 한해 예외적으로 의료 행위를 허용해왔다. 김씨는 김영삼 전 대통령 등 유명 인사들을 진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대판 화타’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대한한의사협회 등의 반발을 사왔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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