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전산망 해킹 당해 … “외국 정부 개입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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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국제통화기금(IMF) 전산망이 최근 사이버 공격을 당해 e-메일과 전자문서 일부가 해킹됐다. IMF의 데이비드 홀리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사이버 공격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다만 현재 IMF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이번 사이버 공격이 “정교하고 심각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IMF가 8일 직원에게 보낸 e-메일을 인용해 “IMF가 지난주 의심스러운 파일 전송을 포착했다”며 “한 대의 데스크톱 컴퓨터가 해킹당해 IMF의 다른 시스템에 접근하기 위한 통로로 이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번 공격은 지난달 14일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총재가 성폭행 혐의로 체포되기 전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IMF는 그동안 이를 은밀하게 조사해오다 8일 직원과 이사회에 사실을 알렸다. 조너선 팔머 최고정보책임자(CIO) 명의로 보낸 e-메일에서 IMF는 “현재로선 사기를 목적으로 개인정보에 접근한 범행이라고 단정 지을 증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공격으로 일부 직원의 e-메일과 전자문서가 해킹된 것으로 보인다. 범인이나 피해 범위는 아직 밝혀진 바 없으나 IMF는 이번 사이버 공격의 배후에 외국 정부가 개입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IMF 외에 최근 구글·소니·록히드마틴·씨티그룹 등도 사이버 공격을 받은 바 있다. 특히 구글은 자사를 해킹한 배후로 중국을 지목해 중국 정부가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IMF에 대한 해킹이 이들 사이버 공격과 연관성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IMF는 해킹 사실을 파악한 직후 직원이 쓰는 인터넷 인증 암호 발생장치(RSA)를 모두 교체하기로 했다. 지난 3월 RSA 장치를 만드는 EMC가 해킹 당한 뒤 이때 유출된 자료가 최근 록히드마틴 사이버 공격에 활용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IMF 전산망이 해킹되자 세계은행은 즉각 외부로부터의 전산망 접근을 차단했다. 세계은행은 시스템 점검 후 외부 연결을 복구했으나 자료 공유를 위한 IMF와의 전산망 연결은 해킹의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NYT는 “IMF 전산망엔 최근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에 대한 구제금융과 관련한 막후 협상 자료가 들어 있다”며 “이들 자료는 해당 국가의 정치권을 흔들 수 있는 민감한 내용”이라고 전했다.

 한편 오는 30일로 예정된 IMF 총재 선출을 앞두고 스탠리 피셔 이스라엘 중앙은행장이 막판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로써 IMF 총재 경선은 그와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멕시코 중앙은행장의 3파전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선두를 달리고 있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을 역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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