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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 시절 몰래 연습하다 혼쭐, 싫증나면 그때 떠올려요

중앙선데이

입력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홍순상의 드라이브샷 연속 동작. ①볼은 왼발 뒤꿈치 선상에 놓고 양팔은 편안하게 어드레스 자세를 취하고 있다. ②톱 오브 스윙이 3분2밖에 안 됐지만 왼쪽 어깨가 턱 밑에 위치하면서 충분한 몸통 회전이 이뤄졌다. ③다운 스윙 시 오른손이 줄을 잡아 당기는 것처럼 오른 팔꿈치가 최대한 몸통에 붙은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다. ④임팩트 이후 머리는 볼보다 뒤에 있고 양팔은 목표물을 향해 자신 있게 쭉 뻗어주고 있다. ⑤오른쪽으로 이동했던 체중을 왼발 쪽에 실어주면서 이상적인 피니시 동작을 취하고 있다. [스튜디오PGA 제공]


조각 같은 외모의 탤런트 현빈이 해병대에 입대해 끊임없는 화제를 낳고 있다. 남자 골프계에도 현빈 같은 인물이 있다. 5일 끝난 한국프로골프투어(KGT) 스바루 클래식에서 우승한 홍순상(30·SK텔레콤·사진)이다. 1m82㎝의 훤칠한 키에 흠잡을 데 없는 외모를 갖춘 홍순상은 대표적인 ‘꽃미남’ 골퍼로 손꼽힌다.

홍순상은 해병대 969기 출신이다. 골프 선수들은 대부분 연습 환경이 좋은 공익근무요원이나 육군에서 군생활을 한다. 홍순상은 “솔직히 아버님이 해병대를 추천했다. 해병대 홈페이지를 통해 보니 멋있어 보여 지원했다. 처음에는 후회도 했지만 많은 것을 얻었다. 특히 인내라는 값진 열매를 얻었다”며 만족스러워한다.

홍순상의 스윙은 조금 독특하다. 일반적으로 프로들은 파워풀한 풀스윙을 구사한다. 그러나 홍순상은 백스윙을 다른 프로들의 3분의2 정도밖에 안 한다. 그런데도 드라이브 샷 거리는 300야드에 육박한다. 스바루 클래식 마지막 날에도 홍순상은 동반자들을 압도했다. 그와 함께 플레이 한 최혁재(26)는 1m87㎝의 장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타가 일품이다. 하지만 페어웨이에 가보면 홍순상의 볼이 더 멀리 나가 있었다. 마지막 날 홍순상과 같은 조였던 윤정호(20)는 “홍 프로님은 신기할 정도로 백스윙이 작은데 거리는 나보다 40야드는 더 나갔다”며 혀를 내둘렀다.

홍순상은 지난해 평균 드라이브 거리가 266야드로 KGT 59위에 머물렀다. 올 시즌에는 285야드로 20야드 가까이 늘었다. 그에게 비결을 물어봤다. “똑같이 정확한 임팩트가 이뤄지면 스윙 아크가 큰 사람이 멀리 나간다. 그러나 스윙 아크가 크면 클럽의 유효 타구 면에 정확히 맞히기가 힘들다. 스윙 크기가 작아도 충분히 어깨를 돌려주고 임팩트 때 원활하게 체중 이동이 이뤄지면 볼을 멀리 보낼 수 있다. 스윙 크기가 작으면 거리와 방향성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

그는 지난해부터 꾸준하게 실시한 필라테스 운동도 비거리 증가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체력 운동은 금방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꾸준히 하면 반드시 나중에 효과가 나온다. 주말골퍼들도 꾸준히 스트레칭과 유연성 운동을 해주면 분명히 비거리는 늘어난다”고 장담했다.

그는 지난해 최경주(41)의 미국 집에서 강도 높은 동계 훈련을 소화했다. 최경주의 전매특허인 벙커샷을 확실히 전수받았다. 벙커샷에 자신이 생기면서 핀을 과감하게 공략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최 프로님으로부터 많은 경험담을 들었고 벙커샷을 정말 많이 훈련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벙커에서 살았다. 그곳은 일하는 사람들이 볼을 갖다 주기 때문에 벙커에서 나올 수도 없었다. 벙커샷은 스윙 크기보다는 클럽이 모래를 파고드는 느낌으로 거리 조절을 한다. 연습을 통해 자신만의 감을 찾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해병대 정신으로 무장한 홍순상은 멘털 트레이닝을 통해 더욱 강해졌다. 그는 “전력을 10으로 가정했을 때 멘털이 차지하는 비중이 7이라고 본다. 지난해부터 스포츠심리연구소의 조수경 소장에게 멘털 훈련을 받고 있다. 큰 도움이 됐다. 실력이 비슷한 프로 세계에서 멘털은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정신적으로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조수경 소장은 “긴장된 상황에서도 자신의 샷을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 멘털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홍 프로를 소심하다고 지적하는데 너무 진지하고 심각한 행동 방식 때문에 그런 오해를 하는 것 같다. 굉장히 프로 의식이 강하고 과감한 성격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여자들 만나면서 골프도 잘 칠 순 없어”
홍순상은 자신을 ‘천재보다는 노력파’라고 규정한다. 그는 연습을 즐긴다. 이런 생각은 해병대에서의 아픈 추억 때문이다.

국가대표를 거쳐 2003년 프로 정회원이 된 그는 2004년 3월 해병대에 지원했다. 포항에서 1년 동안 일반 해병대원과 똑같이 병영 생활을 했다. 골프 연습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러다 경기도 발안에 있는 해병대사령부 내 골프연습장에 관리병으로 가게 됐다. 하지만 오히려 골프를 모르고 지내는 게 마음 편했다. 막상 골프연습장에서 근무하다 보니 연습하고 싶은 유혹과 싸워야 했다. “하루에 한 시간 정도만 연습이 허락됐다. 근무 시간 외에는 연습장 사용이 금지되어 있었는데 새벽이나 밤늦게 연습하다가 여러 차례 걸렸다. 군기교육대에 여러 번 끌려 갈 뻔했다. 결국 연습장에서 쫓겨나 일반 본부중대에서 근무하게 됐다. 마음대로 연습할 수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그때 뼈저리게 느꼈다.” 그는 지금도 연습하기 싫을 때면 해병대 시절을 떠올리면 저절로 힘이 난다고 한다.

홍순상은 2006년 프로 첫해부터 성적이 좋았다. 중계 카메라에 자주 노출되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2006년 상금 랭킹 13위(1억1200만원)에 오르며 프로 무대에 연착륙했다. 그는 2007년 X캔버스 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며 스타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2008년 왼손 엄지손가락 부상으로 슬럼프에 빠졌다. 그러다 2009년 KPGA선수권에서 우승하며 부진의 늪에서 탈출했다. 당시 연장전에서 1벌타를 받고도 뛰어난 집중력으로 승리를 거두는 드라마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는 올해는 KGT 투어에 집중하면서 하반기에는 미국과 일본 투어 중 한 곳에 도전할 생각이다. 홍순상은 잘생긴 외모 때문에 여자도 많고 연습도 게을리할 것 같다는 오해를 받는다. 그는 “나도 골프를 하면서 여자도 많이 사귀고 싶다. 하지만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지 못한다. 현재 사귀는 사람은 없고 배우자는 함께 꿈을 이룰 수 있는 여자였으면 좋겠다. 물론 착하고 얼굴도 예쁘면 더 좋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문승진 기자 tigers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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