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섹스 톨레랑스 변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도미니크 스트로스칸(Dominique Strauss Kahn·62)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호텔 여종업원 성폭행 혐의로 체포된 뒤 프랑스 여성들이 성폭력과 성적 억압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뉴욕 타임스(NYT)는 7일 “프랑스는 이성 간의 문제에 있어 남성 중심적인 ‘톨레랑스(관용)’ 문화가 보편화돼 있어 성범죄가 만연해 있다”며 “성범죄를 사생활로 치부해 당국이 개입을 꺼리는데 이런 경향은 유명인이 연루된 사건에서 더 도드라진다”고 전했다. 하지만 유력한 대권 주자였던 스트로스칸이 뉴욕 경찰에 체포돼 잡범들에게 섞여 수갑을 찬 모습이 공개된 뒤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

 NYT는 “프랑스 여성들이 성적 억압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고 전했다. 프랑스의 문화 비평가인 안 엘리자베스 무테는 “그간 프랑스 남성은 여성을 별것 아닌 존재로 대했다”며 “스트로스칸 사건은 프랑스 여성들에게 분수령이 될 중요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에서 첫 여성 편집국장을 지낸 실비 코프만은 최근 사설에서 “요즘 여성들이 모이면 서로 성추행 피해 사례를 이야기한다”며 “묶였던 혀가 갑자기 풀린 것 같다”고 했다.

 NYT는 지난달 29일 프랑스 각외장관(내각 외의 공직을 맡은 장관)인 조르주 트롱이 성추행 논란 끝에 사임한 것을 보면 프랑스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트롱 전 장관은 부하 여직원 2명에게 발마사지를 해준다며 성추행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신문은 “스트로스칸 사건 이전이라면 논란이 되지도 않았을 것이며 알려졌어도 사생활이라며 넘어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스트로스칸과 트롱의 연이은 낙마가 프랑스 정계를 사로잡은 남성 우월주의를 몰아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스더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