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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정보? 건초더미서 바늘 찾기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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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는 8만3842명. 이들 유학생은 2005~2006년께부터 한 해 1만 명 안팎씩 쑥쑥 늘기 시작했다. 2005~2006년은 삼성전자의 보르도TV와 LG전자의 초콜릿폰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며 프리미엄 제품으로 자리를 잡아가던 시기다. 한국 기업들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더불어 외국인 유학생들이 밀려들어온 것이다.

 8만여 명에 이르는 유학생은 대부분 한국 기업에 취업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꼽는 문제가 있다.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채용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인터넷에 외국인 유학생 채용정보를 따로 모아놓은 곳이 없다 보니 건초더미에서 바늘 찾기 식으로 기업들의 영문 홈페이지를 다 뒤져야 한다. 러시아에서 유학 온 올렉 게라심추크(27·서강대)는 “주요 취업 포털에서 외국인을 뽑는 기업만 따로 모아서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일자리 구하기도 아직은 좁은 문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올 3월 국내 수출기업 1003개사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외국 유학생을 채용한 기업은 12%뿐이었다. 기업들이 점점 외국인 인재 채용을 늘리고 있지만 유학생들을 수용하기엔 태부족이다.

 인턴을 통해 경력을 쌓을 기회는 아예 없다고 해야 할 정도다. 한국외국어대 국제대학원에 재학 중인 홍콩인 람퐁페이(24)는 “외국인 유학생 인턴 프로그램을 찾으려 인터넷을 뒤졌으나 시간 낭비였다”며 “인턴을 통해 정규직이 되려는 계획이었는데 막막해졌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인력개발사업단의 박흥순 능력개발실장은 “한국을 동경해서 왔다가도 일자리를 얻지 못하면 한국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게 될 수 있다”며 “대학들이 무작정 외국인 학생을 유치하게 놔두는 것보다 어느 정도 일자리에 맞춰 유학생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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