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37억 년 비밀 풀 열쇠 ‘반물질’ 16분간 잡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인류가 137억 년 우주 진화의 비밀에 또 한 걸음 다가섰다. 세계 최대 입자가속기인 거대강입자가속기(LHC)를 운용 중인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알파(ALPHA) 실험팀은 6일 오전 2시 우주 탄생(빅뱅) 이후 사라져버린 반(反)물질을 만들어 1000초(16분) 동안 잡아두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세계적 권위의 물리학 전문지 ‘네이처 피직스’를 통해서다. 이 연구팀은 지난해 11월 반수소 원자를 약 0.172초간 포착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어 불과 6개월여 만에 포착 시간을 1만 배 가까이 연장한 것이다.

 빅뱅 이론에 따르면 반물질은 ‘태초의 순간’에 물질과 같은 수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현재 지구가 속한 은하계엔 물질뿐이다.

명확한 이유는 규명되지 않았지만 쌍소멸(물질과 반물질이 만나면 빛을 내며 함께 소멸하는 것) 현상 탓으로 추측되고 있다. 2008년 국내에 번역 출간된 미국 작가 댄 브라운의 소설 『천사와 악마』는 이를 이용한 테러 음모를 소재로 했다. 과학자들은 우주 어딘가에 반물질로만 이뤄진 별이나 은하계가 존재하며, 반물질의 특성을 규명하면 이 같은 우주 진화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ERN 알파 연구팀은 이번에 LHC의 일부인 반양성자감속기(AD)를 이용해 감속시킨 반양자 1만5000개를 강력한 자기장 속에 가둬두고, 양전자와 결합시켰다. 그 결과 반수소 원자 6000개가 만들어졌는데, 이들 중 일부가 1000초간 쌍소멸하지 않고 버텼다는 것이다.

 민동필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은 “10억분의 1초 만에 사라지기도 하는 반물질을 1000초나 잡아둔 것은 대단한 진보”라며 “이를 이용해 앞으로 다양한 반물질 실험을 할 수 있게 됐다. 뉴턴이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중력을 발견했다고 하듯, 새로운 현상을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에서 대단히 의미 있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김한별 기자

◆반물질(Antimatter)=우리 주변 물질과 질량은 동일하지만 전하값은 반대인 물질. 양성자(+)의 반대인 반양성자(-), 전자(-)의 반대인 양전자(+) 등이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