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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훈춘~나진 도로 연말 완공 … 중국 동해출구 뚫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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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달 25일 북·중 접경 지역인 중국 훈춘시 취안허(圈河) 세관 앞에 대기 중인 훈춘촹리해운물류공사 소속 덤프트럭들. 아스팔트와 스티로폼 등을 가득 싣고 북한 원정리로 가기 위해 세관의 통행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취안허=고수석 기자]


집요하게 ‘동해(東海) 출구’를 뚫으려는 중국. 그런 중국으로부터 한 푼이라도 더 경제지원을 얻어내려는 북한. 동상이몽(同床異夢)의 두 나라가 만나는 접점이 북한의 나선특구와 황금평 일대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최근 방중 직후 나선 특구와 황금평 개발 관련 착공식이 취소됐지만 현지 소식통들은 착공식이 각각 7일과 9일에 열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베이징의 한 대북 소식통은 5일 “김 위원장의 방중 기간에 논의된 사항을 반영해 착공식 일자가 조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북한의 나선특별시와 가까운 중국 훈춘(琿春)시와 북·중 접경 취안허(圈河)는 본지 취재진이 직접 찾아가 봤더니 북·중 경협을 위한 인프라 구축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훈춘시와 취안허를 잇는 37㎞ 구간은 4차로 고속도로 포장 공사다. 이미 지난해 시작됐다고 한다. 두만강에 접한 나선특별시 원정리와 동해 쪽의 나선시 나진항을 잇는 53㎞ 구간의 도로 포장·확장 공사는 4월 28일 공사가 시작됐다고 한다. 올 연말 완공되면 훈춘시~취안허~원정리~나진항이 93㎞ 포장도로로 연결돼 중국의 동해 출구가 뻥 뚫린다. 중국 지린(吉林)성 정부의 지원을 받은 훈춘시 둥린(東林)경제무역유한회사, 랴오닝(遼)성의 지원을 받는 촹리(創力)그룹 등 3개사가 참여해 자본과 설비를 투입하고 있는 공사다.

 지난달 25일 오후 북·중 접경에 위치한 취안허 세관 앞. 덤프트럭 8대가 세관의 통행허가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이 중 다섯 대는 아스팔트를, 두 대는 흰색 스티로폼을, 한 대는 컨테이너 박스를 싣고 있었다. 세관 관계자는 “도로공사가 시작되면서 아스팔트· 스티로폼·컨테이너 등을 실은 덤프트럭이 매일 20여 대씩 취안허 세관을 거쳐 원정리로 넘어간다”며 “아스팔트는 원정리~나진항 구간 도로포장에 사용되며, 스티로폼은 근로자들이 공사 기간 동안 숙식할 컨테이너 설치에 사용된다”고 말했다.

 중국은 북한이 공급하는 도로공사 건설인력들에게 1인당 월 200달러(약 21만원)를 주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이 전했다. 한국 기업들이 개성공단 근로자에게 주는 월평균 약 100달러의 두 배다. 북한 당국에 통과세도 지급할 예정이다. 훈춘~나진항을 통해 동해로 나가는 출구를 뚫으려는 집요함을 보여준다.

 중국 동북 3성에서 나진항을 통해 중국 남부로 물자를 이송할 경우 다롄항보다 t당 10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훈춘~다롄은 1300㎞나 되지만 훈춘~나진항은 불과 93㎞에 불과하다. 이런 경제적 효과를 노리고 훈춘·옌지(延吉)·투먼(圖們)시 정부는 중앙정부와 북한을 설득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옌볜(延邊)대학 동북아연구원 김강일 원장은 “중국이 나선을 통해 동해로 진출하면 엄청난 물류비 절감 효과가 기대될 뿐만 아니라 동해 쪽에 항구가 없어 투자를 기피했던 중국 국내외 자본을 적극 유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사람들이 ‘중국이 서둘러주면 좋겠다’고 내놓고 말할 정도로 과거와는 확 달라진 모습”이라고 전했다.

특별취재팀=장세정(베이징)·고수석(훈춘·허룽·옌지·단둥)·정용환(단둥·창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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