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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디스 경고 … “미 신용등급 강등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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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2일(현지시간) 미국 국가 신용등급 전망의 강등을 경고했다. 지난 4월 18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negative)’으로 낮춘 데 이어 나온 조치다.

무디스는 “미국 의회가 앞으로 ‘몇 주 안에’ 국가부채 한도 증액에 합의하지 못하면 미국이 받고 있는 최고 등급 ‘AAA’를 강등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의 이 같은 조치는 정부 지출 삭감과 국가부채 한도 증액을 놓고 전날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이 공화당 의원과 ‘끝장토론’을 벌였으나 서로 입장 차만 확인한 채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자 나왔다.

 미국은 정부가 빚을 낼 수 있는 한도를 의회에서 정한다. 현재 14조3000억 달러인 한도가 다 차버려 미 정부가 비상조치로 버티고 있다. 이마저 8월 2일께면 한계에 도달해 의회가 한도를 높여주지 않으면 법적으로 미 정부가 발행한 국채는 부도 상태가 된다. 무디스는 “한도 증액을 놓고 의회가 양극단으로 갈려 대립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몇 주간 더 계속되면 미 국채에 일시적인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가 일어날 위험이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31일에도 미 하원은 한도 증액 법안을 상정했으나 공화당의 저지로 통과시키지 못했다.

 월가는 무디스의 경고가 당장 실행에 옮겨질 것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 정부와 의회에 합의 도출을 압박하는 정치적 의미가 더 크다는 것이다. 다만 정치권이 앞으로 몇 주 동안에도 협상에 전혀 진전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시장의 인내도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전했다. 무디스는 이날 월가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씨티그룹·웰스파고에 대해서도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경고했다. 지난해 발효한 금융개혁법(도드-프랭크법)이 과거처럼 ‘대마불사’를 용인하지 않아 부도 위험도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이다.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 경고와 이날 골드먼삭스가 뉴욕 검찰로부터 소환장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에 붙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5주 만에 최고치로 급등했다.

한편 미 노동부는 5월 중 새로 생겨난 일자리가 5만4000개에 그쳐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3일 발표했다. 실업률은 전월보다 0.1%포인트 상승한 9.1%였다. 시장전문가들은 실업률이 전월과 비슷하거나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발표치는 이를 크게 빗나갔다. AP통신은 “교육 분야에서만 1만8000개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공공 부문 인원 감축도 악재가 됐다”고 보도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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