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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팬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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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쿵푸팬더’는 국숫집 아들 팬더가 쿵푸의 달인이 되는 얘기다. 2008년 전 세계적으로 6억3000만 달러(약 6700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최근 개봉한 ‘쿵푸팬더 2’도 한국에서 개봉 8일 만에 200만 관객을 넘겼다. 쿵푸와 팬더는 원래 중국 것. 중국에서도 장사는 잘 된다. 개봉 첫 주 1억 위안(약 166억원)을 벌어 오프닝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역풍(逆風)도 있다. 일부 지식인층에서 “할리우드의 문화침략”이라며 관람거부 운동을 벌인다고 한다.

 3년 전에도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주동자도 같다. 베이징의 40대 아티스트 자오반디(趙半狄)다. 당시 ‘쿵푸팬더’ 상영반대 소송을 냈다. “영화가 중국의 국보(國寶)인 쿵푸와 팬더를 훔쳐 악용했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자오반디가 팬더로 ‘출세’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이채롭다. 회화·사진·패션쇼·퍼포먼스 등 그가 해온 다양한 작업의 주인공이 팬더다. 사진 속에선 팬더가 사람과 말풍선으로 대화를 나눈다. 패션쇼에선 팬더의 흑백 이미지를 이용해 거지·경찰·레즈비언·부패관료 등으로 분장한 모델들이 런웨이를 누빈다. 별명이 ‘팬더맨’인 그는 이런 작업으로 베니스 비엔날레에도 초청됐다.

 팬더는 소위 ‘바링허우(八零後)세대’를 낳은 한 자녀 정책의 상징이기도 하다. 팬더가 보통 새끼를 한 마리 낳기 때문이다. 외동 자녀에게 부모가 돈을 펑펑 쓰는 풍조를 빗댄 ‘팬더현상’이라는 조어도 있다. 그러니 “중국 사회의 빈부격차·부패 등 현실을 풍자한다”는 그가 팬더를 고른 건 그럴듯해 보인다. 흥미로운 건 중국 내에서 자오반디에 대해 “팬더를 선정적으로 이용한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는 사실이다. “난 팬더세계의 왕이고 팬더들은 내 후궁”이라고 하거나, 기자회견에 ‘바니걸’을 연상시키는 ‘팬더걸’들을 동반하는 식의 돌출 언행 탓일까.

 유감스럽게도 자오반디의 할리우드 비판은 설득력 있게 들리진 않는다. 무엇보다 ‘쿵푸팬더’가 쿵푸와 팬더를 악용하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할리우드가 ‘쿵푸팬더’를 만든 건 베이징 올림픽을 염두에 둔 전략적 선택이었다. 홍콩 무술영화의 저변이 할리우드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넓어졌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오히려 중국의 트레이드마크인 팬더가 중국의 대표무술을 익힌다는 ‘국보급’ 아이디어를 중국이 놓쳤다는 게 이상할 정도다. 혹시 재주는 팬더가 넘었는데 돈은 할리우드가 챙겨서 그러는 건 아닐까. 배가 아파서.

기선민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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