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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장인환 다시 부르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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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장인환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및 인출 비리를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는 장인환(52) KTB 자산운용 대표를 재소환해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1일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3월 장 대표를 한차례 소환했으나 부산저축은행의 유상증자 및 해외투자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대표는 지난해 6월 부산저축은행이 10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을 때 삼성꿈장학재단과 학교법인 POSTECH이 500억원씩 투자하도록 주선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거물급 로비스트로 알려진 박태규(72·해외체류 중)씨가 정·관계 인맥을 동원해 유상증자가 가능하도록 로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의 수사와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검찰은 장 대표가 유상증자 당시 부산저축은행의 부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장 대표는 부산저축은행 박연호(61·구속기소) 회장과 김양(59·구속기소) 부회장의 광주일고 후배다. 검찰은 또 부산저축은행의 캄보디아 신국제공항 개발사업 투자에 주목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은 전체 해외 투자금의 95%인 4965억원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방식으로 이 사업에 쏟아부었다. 당시 KTB자산운용은 540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부지도 매입하지 못한 채 중단됐다. 검찰은 캄보디아 현지 검찰과 수사공조를 통해 자금 흐름과 사업의 실체를 밝혀낸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지난 3월 캐나다로 도피한 박태규씨의 행방을 쫓고 있다. 박씨는 부산저축은행 측에서 6억원을 받고 유상증자를 성사시켜준 의혹이 제기돼 수사선상에 올랐다. 1960년대 장면 전 총리 비서관으로 정치권에 몸담았던 그는 전·현 정권 인사들과 두루 친분 관계를 가져왔고, 캐나다에 집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부산저축은행의 부실이 심해진 지난해 중반 이후 김양 부회장 등의 요청으로 ‘구명 로비’에 나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박씨의 신병 확보가 정·관계 로비 수사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캐나다 검찰에 수사공조를 요청했다.

 민주당 저축은행 진상조사위원장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이날 “박씨가 삼성꿈장학재단과 POSTECH이 500억원씩 1000억원을 부산저축은행에 증자하도록 했고 대신 (부산저축은행은) 박씨 소개로 포항에 있는 건설회사에 대출해 줬는데, 여기에 여권의 유력 정치인이 개입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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