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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토네이도+허리케인 동시다발 공격 … 라니냐, 너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토네이도 프라이팬을 벗어나 허리케인 화염 속으로(Out of the Tornado Frying Pan and Into the Hurricane Fire)?”

 미국의 과학전문 사이트인 라이브사이언스닷컴에 최근 실린 기사 제목이다. 사상 최악의 인명 피해를 부른 토네이도의 악몽이 가시기도 전에 1일(현지시간)부터 대서양 연안의 허리케인 시즌이 시작됨을 지적한 것이다.

 허리케인은 태풍의 미국식 호칭이다. 저위도(5~25도)에서 발생, 강한 비바람(초속 33m 이상)을 동반한 채 이동하는 열대 저기압을 북서태평양 연안에선 태풍(Typhoon), 인도양에선 사이클론(Cyclone), 북중미에선 허리케인이라 부른다. 미국의 경우 태평양 연안은 5월 중순부터, 대서양 연안은 6월부터 11월까지가 공식 허리케인 시즌이다.

 더구나 미 해양대기국(NOAA)은 지난달 19일 올 시즌 허리케인 발생 규모를 “평균 이상”으로 전망했다. 미 동부 해안과 카리브해, 멕시코만 일대를 포괄하는 대서양 연안의 경우 한 시즌 평균 11개의 열대 폭풍(초속 17m 이상)이 발생한다. 이 중 허리케인이 6개, 대형 허리케인(초속 49m 이상)이 2개꼴이다.

 한데 올해는 12~18개의 열대 폭풍, 6~10개의 허리케인, 3~6개의 대형 허리케인 발생이 예고됐다. 발생 건수 기준으로 열대 폭풍 역대 2위(19개), 허리케인 역대 3위(12개)를 기록한 지난해와 맞먹는 수준이다.

 토네이도·허리케인의 이 같은 ‘동시다발 공격’과 관련, 일각에선 그 ‘공통 배후’로 라니냐(La Niña)를 지목하고 있다. 라니냐는 몇 년에 한 번씩 동태평양 해수면의 온도가 평년보다 섭씨 0.5도가량 낮아지는 현상이다. 태평양 해수면의 이상 고온 현상인 엘니뇨(El Niño)의 반대다.

 라니냐가 나타나면 태평양 쪽 허리케인 발생 건수는 줄어드는 반면 대서양 쪽 건수는 늘어난다. 열대 폭풍의 발달을 막는 대류권의 수직 방향 바람변화 가 약해지는 탓이다.

 하지만 NOAA는 이 같은 ‘라니냐 배후설’에 회의적이다. 지난 100년간의 기록을 분석한 결과 “라니냐가 나타나는 해에 토네이도가 많이 발생한다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지표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부 ‘우연의 일치’는 있을지 몰라도 확실한 ‘물증’은 없다는 뜻이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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