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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팀은 문제 없니?” 선수들 우울한 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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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프로축구 승부조작 근절 방안을 모색하는 워크숍이 31일 강원도 평창 한화리조트에서 열렸다. 이 행사에는 정몽규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앞줄 왼쪽)와 K-리그 구단 선수 및 코치진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평창=정시종 기자]


프로축구 승부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창원지검은 브로커들이 선수들을 매수하는 데 쓴 돈이 어디에서 나왔는지를 캐고 있다. 창원지검 곽규홍 차장검사는 이날 브로커 2명이 선수들에게 뿌린 2억2000만원의 출처에 대해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승부 조작에 가담한 선수와 브로커에 대한 수사에서 한 발짝 나아가 돈을 대준 배후 세력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음을 밝힌 것이다.

그는 자살한 정종관(30·K-3리그 서울유나이티드 소속) 선수에 대해서는 “유서 전문과 마지막 통화 내용 등을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선수는 이미 구속된 김모(28·프로축구 선수 출신)씨 등 브로커 2명과 함께 구속된 대전시티즌 박모(25), 광주FC 성모(31) 선수를 연결해준 혐의가 있었다.

 공익 요원인 정종관 선수는 지난달 25일 근무지인 방이백제고분관리사무소(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정상 출근했다. 이어 26일 오전 근무를 하고 점심 식사 뒤 그날 오후부터 27일까지 휴가를 냈다. 그러곤 잠적해 30일에는 무단 결근했다.

 검찰은 25일 오후 10시 법원으로부터 정 선수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검거하기 위해 26일 오후 1시쯤 고분관리사무소에 도착했으나 이미 그는 잠적한 뒤였다. 정 선수의 휴대전화는 이날 오후 3시부터 꺼져 있었다.

 한편 프로축구연맹은 31일 오후 강원도 평창 한화리조트에서 정몽규 총재로부터 구단 사무국의 막내 직원, 16개 구단 2군 선수까지 모두 모인 가운데 승부 조작 대책 마련 및 예방을 위한 ‘K-리그 워크숍’을 열었다. 워크숍은 승부조작에 연루된 선수들의 구속, 전 K-리그 출신 선수의 자살 등 잇따른 비보 탓인지 암울한 분위기 속에 열렸다. 동료 선수 4명이 승부 조작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된 대전 선수단은 고개를 숙인 채 워크숍 장소로 들어섰다. 일부 선수들은 만나자마자 “너희 팀은 문제 없느냐”고 묻기도 했다.

 정몽규 총재는 “동료 선수를 감싸주는 게 의리가 아니다. 동료의 잘못된 모습을 보았을 때 나무라고 질책하고 모두에게 드러내야 한다. 조기에 예방하지 못한 당사자, 연맹, 구단, 코칭스태프 등 모두 자성과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사로 초청된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인성교육과 윤리의식을 강화하고 제보, 신고, 상담 접수, 내부고발자 보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병호 경영연구소장은 “선수들이 직업윤리, 공인의식, 도덕성 등 건전한 사고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연맹은 1일까지 워크숍을 진행한 뒤 향후 승부 조작 예방 대책으로 ‘혐의가 있는 선수에 한해’ 통화 내역, 계좌 입출금 내역 등 개인 정보를 공개하는 서약서를 받을 계획이다. 연맹은 의심스러운 선수가 있으면 서약서에 따라 개인 정보를 요구할 계획이다.

창원·평창=황선윤·한용섭 기자
사진=정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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