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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7년 만에 생산직 채용 놓고 노·사 줄다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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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현대차 아산공장에 보관된 자동차 차체 부품 사이로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블룸버그]


‘3만 명(해외 생산직) 대 1900명(국내 생산직)’

 지난 10년 동안 현대차의 해외·국내 신규 생산직(정규직) 채용 규모다. 해외에 공장을 급속히 확대하면서 해외에서 3만 명 넘게 생산직을 채용했지만 국내는 정년 퇴직에 따른 자연감소분만 충원해서다. 특히 2005년 이후엔 신규 채용이 없었다.

 그런 현대차가 7년 만에 생산직을 신규 채용한다. 지난해 노사합의 사항이다. 그러나 채용 규모를 두고 노사와 정규직·비정규직 간에 노노 갈등이 일고 있다. 회사 측은 공장자동화에 따라 잉여인력이 발생해 채용 규모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지난해 임금협상에서 정년퇴직 등 자연 감소하는 인원을 감안하면 채용 규모는 최소 100명이 넘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노사는 구체적인 규모에 대해 올해 4월 말까지 협의해 정하기로 했지만, 노사 간 입장이 큰 데다 현대차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 간에 갈등이 깊어지면서 방향을 잡지 못했다. 이런 진통 끝에 노사는 지난주 울산·전주, 충남 아산공장에서 70명, 남양연구소에서 12명 등 82명을 뽑는 것으로 잠정 합의했다. 모두 금형이나 조립라인 보전 같은 전문기술직이다. 노조는 정비 분야에서도 27명을 새로 채용하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번 신규 채용은 정년퇴직 같은 자연 감소에 따른 인원 보충 성격이다. 노조 관계자는 “정년퇴직 등으로 최근 2년간 240명을 비롯해 7년 동안 800명 정도 나간 만큼 앞으로 신규 채용을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매년 100명 정도의 정년퇴직자가 나오고 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1인당 생산성을 올리지 못하는 한 국내에서 생산직은 단 한 명도 늘리지 않겠다”고 누누이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노조원 수는 2001년 4만5000여 명에서 10년 동안 변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공장자동화에 따라 생산직 인력이 20%까지 남아도는 상황일 뿐 아니라 지난해 노사합의에서도 ‘설비첨단화 추세를 감안해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무에 한해 신규 채용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아 ○○명 규모로 채용한다는 게 회사 방침”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생산물량 확대와 정년퇴직자 증가에 따른 신규 충원을, 회사 측은 생산성 향상과 결부한 채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셈이다.

 생산직 신규 충원에는 또 다른 갈등 요인이 있다.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의 갈등이다. 현대차 노조는 과거 단체협약에서 ‘신규 인력 채용 시 40%는 비정규직(사내하청)으로 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이를 적용하면 100명 신규 채용 시 40명이 비정규직 몫이다. 현재 현대차의 비정규직 규모는 8000명에 달한다.

 비정규직 노조는 불법 파견에 따른 정규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가 정규직으로 채용되면 노조 분열만 심화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지난달 장기근속자 자녀 우선 채용 문제가 불거졌을 때 정규직 노조는 “그동안 신규 채용에서 40%를 하청노동자로 채웠고, 앞으로도 이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며 비정규직 노조를 달랜 바 있다.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2002년 237명, 2003년 139명, 2004년 314명 등 3년 동안 690명(신규 채용의 약 36%)의 하청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이런 결과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대거 노조에서 탈퇴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정규직으로 뽑히기 위해서는 하청업체 사장의 추천서가 필요한데 조합원이면 사실상 불가능해서다. 비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신규 채용으로 일부가 정규직이 된다고 해도 비정규직 자리에 새로운 비정규직이 채워지는 등 개선되는 점이 없어 반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 노조는 신규 채용 이외에 단체협상에서 상여금 800%와 순이익의 30% 성과급, 퇴직금 누진제, 정년 61세로 연장, 차장급까지 노조가입 확대를 제시했다. 또 논란을 빚었던 정년퇴직자와 25년 이상 장기근속 자녀를 채용규정상 적합할 경우 우선 채용할 수 있도록 하는 요구안도 제시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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