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상공 위성분쟁] 위성궤도 포화상태 명당잡기 '스타워즈'

중앙일보

입력

최근 급격하게 늘어나는 위성 관련 협상은 21세기 위성 전쟁이 이미 시작됐음을 뜻한다. 특히 통신.방송 위성이 급증하면서 기득권 싸움은 우리의 영토인 한반도 상공까지 번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빛의 속도로 바뀌는 21세기 디지털 시대에는 위성을 누가 많이 차지하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판가름난다" 며 "협상에서 좋은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할 것" 이라고 지적한다.

◇ 갈수록 치열해지는 영토전쟁

세계 각국이 앞다퉈 통신.방송위성 발사에 나선 것은 지난 1990년대 이후. 미국의 대표적인 우주선 발사지역인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는 세계 각국의 위성들이 우주공간으로 날아가기 위해 줄지어 서 있을 정도다.

국내 첫 방송.통신위성인 무궁화1호가 지난 95년 발사될 때 일정이 바뀐 것도 앞선 위성이 발사되기를 기다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정지궤도에 발사된 위성은 세계적으로 2백60여개에 이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위성의 위치나 전파영역을 보다 유리하게 확보하려는 각국의 힘겨루기도 치열하다.

특히 통신.방송 위성의 경우 특정 지역(정지궤도) 에 머물러 있어야 하므로 경쟁이 더욱 심하다. 정지궤도에서는 위성이 동경 2도 간격으로 위치하는 게 정상이기 때문에 많아야 1백80개로 제한된다.

한국통신 위성사업단의 윤용중 개발관리팀장은 "지금은 위성궤도가 포화상태라고 봐야 한다" 고 말했다.

문제는 모자라는 궤도에 위성들이 비좁게 자리잡다보니 인근 국가간 전파 혼신의 우려로 분쟁이 발생한다.

특히 우리처럼 97년 이후 뒤늦게 위성궤도 확보에 나선 경우 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위성발사를 놓고 분쟁을 일으키는 나라도 갈수록 늘고 있다.

우리나라도 90년대말부터 분쟁 조정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심지어 한반도 상공의 궤도에 대해 일본.미국.중국.러시아 등 주변국은 물론 프랑스.영국.인도까지 나서 소유권을 주장하기도 한다.

◇ 우리나라 현황은

지난해 말 현재 26개의 위성궤도를 등록.신청했다. 등록이 끝난 무궁화위성 1, 2호는 올해 일본과 66건을 포함해 1백63건의 조정협상이 진행되지만 기득권을 갖고 있어 큰 문제는 없다.

다만 강대국이 자칫 협상을 무시하고 위성을 발사하면 전파 혼신이 나타나 무궁화위성 서비스가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

나머지 24개 위성은 97년 이후 신규 신청했기 때문에 비슷한 궤도에 위성을 발사했거나 신청한 나라와 협상을 벌여야 한다.

특히 동북아시아 전역에 통신방송서비스를 추진중인 인포샛과 이스트샛.데이콤샛 등 세 종류(14개) 위성에 대해서는 각각 2백건이 넘는 이의신청이 들어왔다.

정통부측은 "당장 위성을 발사할 계획은 없으나 우리 영토를 지킨다는 차원에서 민간업계와 함께 협상에 참여해 적극적으로 궤도를 확보할 생각" 이라고 말했다.

◇ 등록절차.조정협상 어떻게 진행되나

위성을 쏘아 서비스하려면 그 위치와 전파 방향.영역을 미리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에 등록해야 한다.

절차는 신청 및 공고→이의제기 및 조정→조정 공포→조정 합의→등록 등의 순서로 진행되며, 5년 정도 걸린다.

우선 위성을 발사할 국가(기업) 는 그 쓰임새.위치.전파방향 등이 담긴 위성 궤도를 ITU에 제출(신청) 해야 한다.

ITU는 이에 대한 내용을 즉각 세계 각국에 알려 이의신청을 받은 뒤 이해 당사국간 조정명령을 내린다.

그러면 양국간에 조정협상이 이뤄진다. ITU는 조정협상이 마무리되면 이를 다시 전세계에 공표하고, 해당 국가 이름으로 위성궤도를 등록해 준다.

협상에 진척이 없을 때는 미리 선점한 국가에 기득권을 주거나, 무리한 이의신청에 대해 직권으로 합의를 도출한다.

최근에는 위성이 한 국가나 지역보다는 인근 국가까지 통신.방송 서비스를 하는 경우가 많아 조정협상에 소극적으로 나섰다가는 자칫 추후 위성발사때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정통부 전파방송국의 박정렬 주파수과장은 "예를 들어 무궁화위성 궤도에 대한 기득권은 우리에게 있지만 인포샛 등 추가로 신청한 위성궤도를 확보하기 위해 다른 국가와의 협상 때 적절한 수준에서 양보할 수 있다" 고 설명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