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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시대 ③ 카라반] 차 서는 곳이 다 내 집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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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은 차에 짐을 싣는 것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으면 이것도 고역이다. 이럴 때는 카라반(caravan)이 제격이다. 차 뒤꽁무니에 집을 달고 가니 당연히 텐트는 필요 없다. 아이스박스·버너·랜턴도 필요 없다. 카라반은 냉장고·가스버너·매트리스 등 캠핑에 필요한 주요 품목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카라반의 이로운 점은 또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안락한 캠핑을 즐길 수 있다. 2~3년 전만 해도 국내 카라반 인구는 많지 않았다. 만만치 않은 가격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캠핑 인구가 늘면서 안락한 캠핑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고 덩달아 카라반도 주목을 받고 있다.

글=김영주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지난 22일, 함길수(사진 왼쪽)씨가 경기도 가평 자라섬캠핑장에 카라반을 세워놓고 여유로운 아침을 즐기고 있다. 카라반을 이용한 캠핑은 비가 오는 날, 더욱 운치 있다.

# 순식간에 멋진 하우스 완성

여행작가 함길수(46)씨는 한 달에 두 번 카라반을 끌고 캠핑에 나선다.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집에서 한두 시간 거리에 카라반을 세워둘 수 있는 캠핑장이 즐비하다. 그가 소장한 카라반은 설치도 간단하다. 지붕을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폴딩형 트레일러’이어서다.

 지난 주말 경기도 가평 자라섬 캠핑장에서 그와 함께 카라반 캠핑을 즐겼다. 자라섬은 국내에서 카라반 캠핑 시설이 가장 잘 돼 있는 곳이다. 카라반 전용 사이트만 125곳이나 된다. 또 현장에서 빌려 쓸 수 있는 카라반도 20여 대 갖추고 있다. 카라반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면 ‘테스트 캠핑’으로 제격인 장소다.

 널찍한 주차 사이트에 함길수씨의 카라반이 미끄러져 들어오면서 캠핑은 시작됐다. 그는 SUV 차량 후미에 달려 있는 트레일러를 능숙한 솜씨로 후진해 사이트에 안착시켰다. 이어 차에서 트레일러를 분리한 뒤, SUV 차량과 트레일러를 2열 종대로 나란히 세웠다.

 이제 집을 올릴 차례다. 접은 상태에서 납작 엎드려 있는 트레일러 한쪽 면의 문을 열고 들어가 지붕을 살짝 들어올렸다. 순식간에 알프스에서나 구경할 수 있는 깜찍한 지붕이 세워졌다. 이것으로 집 짓기 완성이다. 내부에 들어가 가스버너 노즐을 연결하고, 매트리스 정리하고, 트레일러 옆구리에 있는 전기선을 끌어다 캠핑 사이트 단자에 연결하면 끝이다. 일반적인 캠핑이면 텐트와 그늘막을 치고 폴딩 테이블과 의자를 펴고 아이스박스에 있는 반찬을 정리하는 등 준비하는 데만 1시간은 족히 걸렸음직한 과정이 단 5분 만에 끝났다.

카라반 차창 사이로 새어나오는 불빛이 저녁 노을과 어울려 로맨틱한 광경을 연출한다.

# 카라반의 매력은 여유

일찍 시작한 캠핑은 여유 있는 저녁을 부른다. 오후 5시 바비큐 그릴에 돼지 목살과 갈비를 올려놓고 느긋하게 저녁식사를 즐겼다. 이날 캠핑은 함길수씨를 비롯해 또 다른 카라반 오너 오성식(57)씨 등이 함께했다. 두 사람은 교회에서 만난 캠핑 친구다.

 “카라반 안에서 책을 보는 시간이 가장 좋습니다. 밖이 훤히 내다보이는 창문을 통해 자연을 보면서 명상하는 시간을 갖는 거죠. 가끔은 이렇게 혼자서 여유를 즐기곤 합니다.”

 함씨는 분주한 여행가다. 한 해에 서너 달은 해외에서 보내고, 또 그만큼의 시간을 ‘이번엔 어디를 여행할까’를 계획하는 데 소비한다. 그래서 가끔은 이렇게 카라반 안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한여름이나 한겨울에는 캠핑이 쉽지 않지만, 카라반은 안에 있으면 오히려 안락해요. 특히 장맛비가 억수처럼 쏟아질 때 카라반에서 내다보는 풍경은 정말 좋습니다. 가평 자라섬은 그중 최고지요. 아침이면 수면에 피어오르는 안개가 그만입니다.”

 야외 바비큐는 자정 무렵까지 이어졌다. 캠핑하기에 좋은 봄날의 밤이기도 했지만, 편안한 잠자리가 준비돼 있다는 안도감에 늦은 시간까지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이튿날 여명이 밝아오는 시간, 비가 내렸다. 플라스틱 소재로 된 카라반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가 콩 볶는 소리처럼 요란했다. 비는 2시간 넘게 퍼부었다. 텐트 안이었더라면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리면 빗물이 새어 들어오지는 않을까’ 걱정이 될 만큼 많은 비였다. 그러나 카라반 안에서 맞는 비는 운치가 있었다. 비 온 뒤 아침 짓는 일도 손쉬웠다. 카라반에 가스버너는 물론이고 식수까지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 카라반 종류 카라반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일체형 캠핑카와 차와 연결된 트레일러다. 캠핑카는 렌터카 업체에서 쉽게 빌릴 수 있고 이동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가격은 3000만∼4000만원 수준.

 트레일러형 카라반은 폴딩과 하드톱 스타일이 있다. 폴딩 트레일러는 부피가 작아 아파트 지하주차장에도 보관할 수 있다. 바람의 저항이 적어 운전할 때 안정감도 있다. 박스 형태의 하드톱 트레일러는 접고 펴는 수고를 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 750kg 이상 트레일러의 경우 트레일러 운전면허를 따로 취득해야 한다. 국내에 대여섯 군데 캠핑카 제조업체가 있으며, 외국 모델을 수입하는 회사도 대여섯 군데 정도 된다. 가격은 1500만∼4000만원 수준이다.

5월의 캠핑장비 ┃ 화로

캠핑의 꽃은 캠프파이어다. 아이들이 캠핑 나가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도 장작 쌓아놓고 불 지피는 순간이다. 숯불에 감자·고구마를 구워 먹는 재미도 빠질 수 없다. 그래서 화로는 한국적인 캠핑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비 중 하나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화로다. 더치오븐으로 음식을 조리할 때도 화로가 필요하다. 그러나 캠프 사이트 아무 데서나 불을 피우면 안 된다. 반드시 받침대가 있어야 한다. 화로에서 직접구이 바비큐를 하려면 그릴과 그릴브리지도 갖춰야 한다. 화로는 두꺼운 것일수록 열을 잘 견디지만 그만큼 무겁다. 아이들 없이 부부만 가는 캠핑이면 굳이 무겁고 큰 화로를 살 필요는 없다. 화로 풀세트 46만8000원.

5월의 캠핑장 ┃ 가평 자라섬캠핑장

카라반을 이용할 수 있는 캠핑장은 전국에 40여 개에 달한다. 전용 사이트를 비롯해 전기시설·취사장·화장실·샤워장 등을 갖춘 곳이다. 경기도 가평군 자라섬캠핑장은 카라반 전용 사이트만 125개를 갖추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다. 또 카라반 20여 대를 대여하고 있다. 2008년 세계캠핑캐러바닝 대회를 치르며 갖춘 시설이다. 캠핑장 안에 TV드라마 ‘아이리스’ 세트장이 있고, 인근에 ‘이화원’이라는 식물원도 있다. 오토캠핑장 이용료 1만원, 카라반 사이트 이용료 2만원(주말), 카라반 대여료 8만원(주말), 031-580-2700, www.jarasumworl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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