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 새 시트콤 잇따라 편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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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에 '시트콤 열풍'이 불고 있다. SBS 일일시트콤 〈순풍 산부인과〉의 성공에 자극받은 KBS와 MBC는 지난달부터 봄 개편 시기인 오는 4월까지 새 시트콤을 잇따라 편성했거나 편성할 예정이어서 시트콤을 둘러싼 대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KBS는 지난달 22일부터 매주 토요일 저녁 8시 50분 2TV를 통해 주간시트콤 〈반쪽이네〉를 선보인 데 이어 오는 3월에는 SBS 〈순풍 산부인과〉와 비슷한 저녁시간대에 일일시트콤을 맞대응 편성한다는 계획이다. 새 시트콤의 제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TV2국에서 내놓은 안과 드라마국에서 내놓은 안을 놓고 어느 쪽을 택할지를 검토중이다.

TV2국에서는 남희석, 이휘재, 유재석 등 3명의 인기 개그맨을 주인공으로 한 시트콤안을 내놓았으며 드라마국에서는 금강산 유람선 탑승객들을 소재로 한 시트콤 〈러브 보트〉(가칭)를 제시해놓고 있는 상태다.

KBS는 MBC나 SBS와는 달리 최근 몇년간 '공영성 강화' 등을 이유로 가볍게 웃고 즐기는 코미디물인 시트콤을 편성하지 않았던 터라 이같은 변신은 획기적인 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 일일시트콤 〈점프〉 하나만을 방송하고 있는 MBC도 이달 14일부터 중간개편에 맞춰 주간시트콤 〈세친구〉(극본 이성은. 연출 송창의)를 신규 편성하고 새 일일시트콤 〈가문의 영광〉(극본 박선자. 연출 최영근)을 〈점프〉 후속으로 방송할 예정이다.

〈세친구〉에는 정웅인, 박상면, 윤다훈이 노총각 고교동창이자 각각 정신과 의사, 의상실 영업실장, 헬스클럽 매니저라는 직업을 가진 독특한 캐릭터의 친구로 출연한다.

〈점프〉 후속으로 오는 14일부터 매주 월-금요일 오후 7시 5분 방송될 〈가문의 영광〉은 20-40대를 겨냥한 가족시트콤으로 신애라, 변우민, 박소현, 고수, 김흥수, 김영미, 윤상, 박은영, 박광현 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최영근 CP는 "일상적인 것에서 이야기의 소재를 찾을 생각이며 미국의 정통시트콤에 대적할 만한 한국형 가족시트콤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KBS와 MBC가 이처럼 시트콤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양사의 9시 뉴스를 제압한 SBS 〈순풍 산부인과〉의 성공에 자극받기도 했거니와 드라마의 60~70%에 불과한싼 제작비로 비교적 안정된 시청률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매력 덕분이다.

또 시청자들의 성향이 질질 늘어지는 멜로드라마보다는 1회에 하나의 에피소드를 다루는 단막극 형식으로 가볍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유머를 가미해 진행되는 시트콤을 선호하는 쪽으로 바뀐 것도 이런 추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순풍 산부인과〉와 청춘시트콤 〈행진〉, 주간시트콤 〈LA 아리랑〉 등으로 '시트콤 왕국'을 형성한 SBS는 새 시트콤를 시작하기보다는 기존의 시트콤들을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수성'을 노리고 있다.

KBS 관계자는 "시트콤의 성패는 맛깔나는 대본과 연기자들의 순발력있는 연기력에 달려있는 만큼 누가 능력있는 작가와 연기자를 확보하고 이들이 착착 맞아떨어지는 호흡을 이루느냐가 승부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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