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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청마다 전담반 뜨니 고액체납자 3225억 덜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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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세청이 대대적인 고액 체납자 추적에 나섰다. 국세청은 올 들어 727명의 개인 및 법인에게서 총 3225억원의 체납세금을 징수했다고 25일 밝혔다. 특히 재산이 없어 세금을 받아내기 힘들다며 결손처분을 내렸던 체납자의 재산을 끝까지 추적해 613억원의 체납액을 징수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 2월 지방청별로 ‘체납정리 특별전담반’을 출범시킨 뒤 석 달여 만에 얻은 성과다. 국세청은 세무서별로 하던 체납처분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아예 전담반을 만들어 거액 체납자의 숨긴 재산을 추적하고 있다. ‘고액 체납과의 전쟁’은 일회성이 아니다. 국세청은 고액 체납을 역외 탈세와 함께 올 세정의 양대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현 정부의 정책기조인 ‘공정사회’와도 코드가 맞는다. 이에 따라 개인이 5000만원 이상의 세금을 6개월 이상 체납했을 때 관련 건은 자동으로 관할 세무서에서 해당 지방청 산하 체납정리 특별전담반으로 이관된다. 다음은 주요 체납액 징수 사례.

부동산 매매업자인 A씨는 700억원 상당의 아파트단지 내 상가건물을 팔았지만 빚을 갚고 남은 돈이 없다며 32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 수상한 점을 포착한 국세청은 추적 조사에 들어갔다. 조사 결과 A씨는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갖가지 수법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수관계법인에 28억원을 빌려줬고, 배우자와 며느리에게 아파트를 사라며 9억원을 증여했다. 심지어 종업원의 어머니 명의로 37억원 상당의 오피스텔을 사들이기도 했다.

부동산 임대업자인 B씨는 부동산을 판 후 돈이 없다며 양도소득세 10억원을 체납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 B씨는 고의로 이혼한 후 부동산 양도대금과 비상장주식 등의 재산을 위자료 명목으로 부인에게 준 것으로 드러났다. 배우자는 위자료라고 주장했지만, 국세청은 생활 밀착 조사를 통해 가장 이혼임을 밝혀내고 6억원의 은닉 재산을 찾아냈다.

섬유제품 제조업자인 C씨는 양도소득세 31억원을 내지 않기 위해 부친의 유언장까지 조작했다. 부친이 C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에 부동산을 등기 이전한 것으로 조작한 것.

변호사인 D씨는 소득세 등 6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법률지식을 총동원했다. 사무집기 등을 체납 처분할 수 없도록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가처분 신청을 하도록 했고, 수임료는 현금으로 받았다. 임대보증금도 압류하지 못하도록 사무실도 보증금 없이 월세만으로 빌렸다. 국세청 이전환 징세법무국장은 “체납세금을 징수하는 데 기여한 신고자는 최대 1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므로 많은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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