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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L] 슈퍼보울우승팀 세인트루이스 버밀 감독 은퇴

중앙일보

입력

정상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것은 아무나 선택할 수 없는 결단이다. 정상에 오르기까지가 고통스럽고, 그 순간까지 자기가 쏟아부었던 노력의 대가를 스스로 포기한다는 것은 더 어려우며, 매일 하던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상실감은 일종의 두려움이기 때문이다.

미국판 '와신상담' 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슈퍼보울 우승팀 세인트루이스 램스 딕 버밀(63.사진)감독이 '정상' 에 오른 기쁨을 만끽한 시간은 이틀. 그는 그 이틀새 '영원한 승리자' 가 되는 방법을 찾아냈다.

버밀은 2일(한국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전격적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정상에서 스스로 물러난 것이다.

버밀은 1976년 필라델피아 이글스에서 감독을 시작, 론 조워스키를 앞세워 81년 슈퍼보울에 진출했다. 그러나 짐 플렁켓이 이끄는 오클랜드 레이더스에 10-27로 패했다.

그리고 이듬해 감독직에서 쫓겨났다. 버밀이 풋볼 사령탑으로 컴백하기까지는 15년이 걸렸다. 그는 97년 램스의 감독으로 일선에 복귀했다.

처음 2년동안은 승리의 달콤함보다 패배의 고통이 그를 시험했다. 램스는 2년동안 9승23패라는 형편없는 성적을 올렸다.

버밀의 해임설도 나돌았다. 선수들도 제각기 흩어졌다. 그러나 지난 시즌 그는 '신데렐라' 커트 워너에게 쿼터백을 맡기며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했고 마침내 슈퍼보울 첫 우승이라는 값진 열매를 맺었다.

그리고 드라마틱한 은퇴. 슈퍼보울 우승 뒤 부인 캐럴 버밀은 "이제 (증명해야 할) 뭐가 더 남아있느냐" 며 은퇴를 권했고 버밀은 이를 받아들였다.

버밀은 은퇴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며 "나는 비범한 선수들의 평범한 지도자였을 뿐" 이라는 말을 남겼다. 램스는 버밀의 후임으로 마이크 마츠 공격전담코치를 승격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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