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있는 윤이상 음악' 이색무대 마련 신상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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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국에서 태어난 것을 언제나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한국 연주자가 한국 작곡가에게 관심을 가지는 게 당연하지 않나요."

오는 3월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이야기가 있는 윤이상 음악회' 를 갖는 첼리스트 신상원 (코리안심포니 첼로 수석)씨는 "어렵게 느껴지는 현대음악을 해설을 곁들이며 연주돼 관객의 이해를 돕겠다" 면서 "윤이상은 5년 전부터 미국에서 박사논문의 주제로 구상할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 고 말한다.

'윤이상 페스티벌'등 대형 기획공연에서 그의 작품이 집중 연주된 적은 있어도 연주자가 윤이상의 작품만으로 단독프로그램을 꾸민 것은 처음이다. 이런 그의 만만치 않은 도전은 마임.춤.그림.비디오가 가세한 멀티미디어 무대로 꾸며져 더욱 눈길을 모은다.

첼로가 중심인 실내악 프로그램으로, 막간에 신상원씨가 윤이상의 작품에 담긴 정신세계 등 배경에 대한 설명을 들려준다.
첫 곡은 오보에(노영훈).플루트(강민수).바이올린(신상준).첼로를 위한 4중주 '영상'(1968년). 바이올리니스트 신상준씨는 현재 부산시향 악장으로 있는 남동생이다. 무대 정면에는 이 작품에 영감을 준 고구려 벽화를 그림으로 재현해 전시한다.

이 작품에서 오보에는 청룡(동),플루트는 현무(북),바이올린은 주작(남), 첼로는 백호(서)를 각각 상징한다.이어서 알토 플루트를 위한 '솔로몬'(78년)의 첼로편곡을 들려준다. 이 곡은 작곡자가 구약성경의 '전도서' 와 노자의 '도덕경' 에서 뽑은 가사로 쓴 칸타타 '현자(賢者)'중 일부를 발췌한 것. 김성구의 마임이 곁들여진다.

또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티나' (83년)를 바이올린과 첼로의 2중주로 편곡해 연주하면서 이문옥씨의 춤을 선보인다.
마지막으로 교향시 '광주여 영원히'(81년)를 이현주의 피아노 3중주 편곡으로 들려준다.무대에는 멀티스크린으로 광주항쟁의 영상물이 펼쳐진다.

이번 공연을 위해 신씨는 이달 초 베를린을 방문해 윤이상씨의 가족을 만나는 등 작품의 배경에 대한 자료를 수집했다.
작품을 제대로 알아야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앞으로 그는 한국 여성 작곡가의 작품만으로 꾸며진 음악회를 갖고 싶다고 말한다.

일곱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인디애나 음대와 카네기 멜론대학원에서 첼로를 전공한 그는 아칸소 콩쿠르.노스캐롤라이나 콩쿠르에 1위 입상했으며 피츠버그 체임버.탱글우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첼로 수석을 지냈다. 지난해 코리안심포니·부산시향·부천시향과 협연하는 등 독주자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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