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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프로도 어이없는 실수로 운다

중앙일보

입력

주말골퍼들이 가끔씩 갖는 의문중 하나는 ‘프로는 정말 TV에서 보는 것처럼 언제나 완벽에 가까운(아마추어가 보기에) 플레이만 하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답은 물론 ‘노’. 프로도 때론 어처구니없는 짓때문에 멀쩡한 라운드를 망칠 때가 있다. 마치 박세리가 오피스디포 토너먼트에서 깜박 잊고 스코어카드에 서명하지 않아 실격당한 것처럼.

또 다른 궁금증의 하나는 ‘프로도 더블파를 하는가’ 일 것이다. 이에 대한 대답은 물론 ‘예스’. 네이플스 메모리얼 2라운드에서 김미현은 18번홀(파 4)에서 더블파를 저지르는 바람에 컷오프에서 탈락했다.

이처럼 프로도 재앙에 가까운 실수를 범해 본인에게는 큰 충격이겠지만 주말골퍼들에게는 가끔씩 ‘프로도 저런 실수를 하는구나’하는 위안(?)을 주는데 이는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져서 일어날 때가 많다.

그리고 PGA투어 베테랑 프로인 제리 페이트의 실패담을 들어보면 골프에서 순간의 집중력이 얼마만큼 중요한지를 알게 된다.
지난 82년 월드시리즈 골프대회에 출전한 페이트는 파5짜리 2번홀에서 2타만에 공을 그린 프린지에 올려놨다. 그야말로 이글 기회.

이글을 노린 첫 펏은 홀컵을 아깝게 지나치며 4피트 정도에서 멈췄다. 라이도 오르막 경사였기에 버디는 쉽게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페이트는 그 쉬운 펏도 미스했다.
애써 마음을 가라앉힌 페이트는 “에이, 파라도 건져야지”라는 마음으로 1피트 정도 펏을 부담없이 툭 쳤는데 이번에 공이 약이라도 올리듯이 홀컵을 살짝 핥으며 돌아 나오는 것이 아닌가.

드디어 페이트는 열을 받았다. 구멍에서 불과 2인치에서 비웃듯 멈춰있는 공.

그는 어드레스조차 할 필요가 없는 그 펏을 평상시처럼 퍼터헤드 뒷부분을 툭 끌어쳤다.

그런데 뒤가 움푹 파여진 퍼터헤드 때문인지 공은 붕 떠서 홀컵을 건넜다. 그것까지도 괜찮았는데 이 공이 페이트의 신발에 와서 맞은 것이다.

골프룰에 따르면 골퍼의 공이 본인의 몸에 맞으면 2벌타.
그리고서야 페이트는 비로서 홀인을 시킬 수 있었다.

2타에 온 그린, 4펏, 2벌타, 그리고 마지막 홀인 펏. 결국 페이트는 가장 쉽다는 파5 홀에서 9타, 쿼드로플보기를 범한 것이다.

더 열받는 것은 그 대회에서 페이트가 거둔 성적이 공동 10위, 문제의 홀에서 버디를 잡았으면 우승이었다는 점이다.

결국 순간의 집중력 결여가 최소한 3타 손해를 초래했으며 그로 인해 입은 상금손실은 오랫동안 페이트를 괴롭혔을 것이다.

흔히 파 5 홀에서 투온 시켜놓고 버디도 못잡았다고 투덜대는 주말골퍼들. 페이트 사례를 보고 위로 삼는 것과 함께 ‘문제는 내게’있었다는 점을 잊지말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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