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자살 억울함 호소한 미니홈피, 일파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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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귀던 남자의 배신 등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여성의 어머니가 딸이 운영하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린 글이 일파만파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어머니가 싸이월드에 올린 내용은 '사귀던 남자 A씨가 결혼을 전제로 딸 서씨와 성관계를 갖고 두차례 유산을 시키고도 '내 아이가 맞느냐'며 발뺌을 했고, 이에 격분한 어머니가 A씨 뺨을 때리는 과정에서 A씨가 폭행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는 것.

싸이월드에 올린 이 글에 따르면 경찰에 불려간 어머니는 지병인 저혈압으로 온몸에 마비를 일으켜 유치장에서 쓰러지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에 딸 서씨는 A씨에게 합의를 간청했으나 A씨는 '법대로 하자'고 했다. 결국 서씨는 '엄마, 미안해. 엄마에게 다시는 이런 일 안 겪게 할게'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싸이월드에 올라온 내용도 충격적이고 안타깝지만, 정작 네티즌들이 분노한 것은 이를 보도한 방송 내용과 시각. 지난 12일 이 홈피 글을 보도한 KBS 2TV '뉴스타임' 홈페이지 게시판에 네티즌들이 잇따라 항의 글을 올리고 있다.

'뉴스타임'은 '인터넷 인신 공격..사라진 인권'이라는 제목으로 "사연 자체는 안타깝고 고인의 명복을 빈다. (이 글이 사실이라면) 상대 남성이 경우에 따라서는 도덕적, 법적 책임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글을 통해) A씨의 사진과 신상정보가 공개됐고, 서씨 홈피에 네티즌들이 A씨를 비난하고 욕설하는 등 인터넷 폭력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은 "어떻게 그 파렴치한 사람의 신상명세가 공개되는 것만 나오고, 그 여자분이 어떻게 죽었고 왜 유가족들이 그렇게까지 나와야만 했는지는 생각을 안하는 거냐"고 따졌다.

본인이 유족이며 KBS 인터뷰에 응했다고 주장하는 다른 네티즌은 "제가 졸지에 거짓말을 일관하고 사생활침해로 한 사람을 죽이려는 사람으로 매도되어 버렸다"고 밝혔다.

한편 해당 싸이월드 미니홈피에도 14일 현재 A씨를 비난하는 글과 KBS 기자의 보도태도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또한 KBS의 사과방송을 요구하는 글들도 적지 않았다.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김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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