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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스칸 65억원짜리 보석 허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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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대법원에서 보석 심리를 기다리며 초조한 듯 손가락을 깨무는 스트로스칸 전 IMF 총재. [뉴욕 AP=연합뉴스]

미국 법원이 19일(현지시간) 도미니크 스트로스칸(Dominique Strauss-Kahn·62)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보석을 허가했다. 100만 달러의 보석금 및 500만 달러짜리 채권 공탁과 전자발찌 착용은 물론 맨해튼 주택에 24시간 가택연금되는 조건이다. 집 안엔 감시카메라가 설치되고 출입구에도 무장경비가 배치된다.

 뉴욕주 대법원 마이클 오버스 판사는 이날 이런 조건하에 스트로스칸의 보석을 허가했다고 뉴욕 타임스(NYT) 등 미 언론이 보도했다. 서류 절차 때문에 스트로스칸은 20일 라이커스 구치소에서 풀려나 가택연금 장소로 이동할 예정이다. 그가 머물 집은 부인 안 생클레르가 맨해튼에 급하게 구한 아파트로 알려졌다.

 이날 법정에 들어선 스트로스칸은 보석 허가를 예상한 듯 여유 있는 표정이었다. 방청석 첫 줄에 앉은 부인과 딸을 보고 가볍게 미소를 짓기도 했다. 이에 앞서 뉴욕주 대배심은 스트로스칸에게 적용된 1급 성폭행 등 7건의 혐의를 모두 ‘이유 있다’고 인정해 기소하기로 결정했다. 7건의 혐의에 모두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 최고 25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법원의 보석 허가로 그는 변호인·가족과 자유롭게 만나면서 재판할 수 있게 됐다. 법원의 다음 심리는 6월 6일 열릴 예정이다.

 IMF 총재 후임 인선작업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IMF 최대 지분(17.4%)을 가진 미국이 서두르기 때문이다. 현재 총재 자리는 유럽과 신흥국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다만 유럽과 캐나다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으로 후보를 사실상 단일화한 상태다. 이와 달리 신흥국은 남아프리카공화국·브라질·터키·멕시코·중국 등이 제각기 자국 출신 후보를 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총재 인선을 서두르면 라가르드 장관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총재 선임과 같은 IMF 집행이사회의 주요 결정은 지분의 85%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그런데 유럽이 담합하면 15% 이상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총재 선임을 놓고 표 대결까지 가더라도 신흥국이 이기기 어려운 구조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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