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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日흥행 1위 〈철도원〉내달 4일 국내서 개봉

중앙일보

입력

하얀 눈밭에 납작하게 엎드린 단층의 기차역사(驛舍)가 롱 샷에 잡힌다.

그 앞에 까만색 유니폼 차림으로 헌거롭게 서 있는 초로의 역장. 오른 손에 들린 새빨간 깃발을 절도있게 올리자 쇠똥처럼 후미에 잔설을 단 녹슨 기차가 식식대며 기적을 울린다.

일본영화 '철도원' 은 산업 합리화에 밀려 폐선(廢線)을 눈 앞에 둔 자그만 시골의 한 종착역(호로마이 역)이 배경이다.

2대에 걸쳐 역을 지켜온 철도원 오토(다카구라 겐.高倉健.69). 정년이 내일 모레인 그는 미련하다 싶을 만큼 철도원의 외길을 걸어 왔다.

아내가 위독해 병원에 실려가는 상황에서도, 외동딸이 병으로 차디찬 주검으로 돌아왔을 때도 빨간 신호대를 흔들며 '도착 OK' '출발 OK' 에 혼신을 다했던 인물이다.

얼핏 보잘것 없어 보이는 철도 일을 다른 무엇보다 위에 두는 그에게도 과연 인간의 정리(情理)가 있을까.

아사다 지로(淺田次郞)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인 '철도원' 은 일본 국내에서 4백50만명이 관람해 일본 영화로는 1999년 흥행 1위를 기록했다.

이별과 죽음 같은, 일본 문화가 즐겨 다루는 애상(哀傷)적 분위기가 짙게 드리워진 영화다.

몬트리올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함으로써 국내 개봉이 가능해 진 '철도원' 은 다카쿠라의 스마트한 연기가 자칫 통속적으로 흐를 위험으로부터 영화를 구출했다.

특유의 '직업 인간' 들이 많은 일본. 그 같은 정서가 특히 강한 이 영화가 한국에서도 공감을 얻을 수 있을 지. 다음달 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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