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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크롬북’… 혁명의 시작인가, 넷북 재탕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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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삼성전자가 출시하는 크롬북의 키보드


PC 역사를 바꿔놓을 혁명이 시작된 것인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인가. 구글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개발자대회에서 공개한 ‘크롬북’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크롬북은 ‘네트워크 PC’다. 인터넷에 모든 것을 저장해 놓고 필요할 때 꺼내 쓰는 방식이다. MS의 운영체제(OS) 윈도(Windows)는 필요한 소프트웨어(SW)를 각각 따로 구입해 PC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에 장착해야 했다. SW가 업그레이드되면 그때마다 새로 내려받아야 했다. 하지만 크롬북은 그럴 필요가 없다. 필요한 SW는 모두 웹에 존재한다. SW 업그레이드는 구글이 알아서 해준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윈도 PC는 쓰면 쓸수록 낡아지지만 크롬북은 쓰면 쓸수록 기능이 향상된다”고 주장했다.

 PC를 물에 빠뜨리거나 분실해도 괜찮다. 모든 작업 결과가 웹에 있기 때문에 잃어버릴 걱정이 없고, HDD나 고성능 중앙처리장치(CPU)도 필요 없다. 덕분에 무게는 가벼워지고 부팅은 빨라졌다. 가격도 싸다. 삼성전자가 출시할 크롬북은 와이파이 전용 모델의 경우 429달러, 3세대(3G)로도 쓸 수 있는 모델은 499달러다. 12.1인치 화면에 무게는 1.48㎏, 배터리 지속 시간은 8시간 정도다.

1 로그인 후 나타나는 첫 화면. 2 유·무료 애플리케이션을 판매하는 장터인 ‘크롬 웹 스토어’. 3 크롬 관련 동영상을 모아놓은 유튜브의 ‘크롬 채널’.


 ◆인터넷 사용에 최적화=PC 자판의 배열을 인터넷 서핑에 알맞게 바꿨다. 기존 노트북의 자판 맨 윗줄에는 F1, F2 등의 기능키가 있다. 하지만 크롬북은 이 자리에 ‘뒤로 가기’ ‘앞으로 가기’ ‘새로 고침’ ‘소리 조절’ 등 인터넷을 사용할 때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넣은 키를 배치했다. 전원 버튼을 누르면 8초 만에 로그인 화면이 뜬다. 윈도 PC는 부팅에 1분 이상이 걸린다. 단 크롬북은 구글 계정이 있어야 로그인할 수 있다. 첫 메인 화면에는 구글의 e-메일인 ‘G메일’, 구글의 지도 ‘구글 맵’, 구글의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 등이 배열된다. 인터넷에 연결돼 있지 않아도 G메일이나 구글의 문서 프로그램인 ‘구글 독스’에서 작업한 내용이 잠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저장된다. 웹에 다시 연결하자마자 저장된 작업 내용은 구글 서버로 보내진다.

 ◆국내 출시 계획은 미정=크롬북은 올 6월 15일 미국 등 7개 나라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국내 출시 일정은 미정이다. 국내에 출시된다고 해도 얼마나 많은 소비자가 쓸 수 있을지는 전망하기 어렵다. 국내 대부분의 PC는 윈도 OS에 최적화돼 있다. 금융 거래에는 윈도용 보안 프로그램 액티브X가 쓰이고, 기업에선 MS의 사무용 프로그램인 윈도 오피스를 사용한다. 하지만 크롬북에선 윈도용 SW를 쓸 수 없다.

 이 때문에 구글이 노리는 것은 일반 소비자가 아닌 기업 시장이다. 학교나 기업에서 1인당 월 20~28달러를 내면 크롬북을 대여해 주는 방식이다. SW·하드웨어(HW) 업그레이드나 보안 문제 등을 모두 구글이 맡아준다. 구글은 윈도 OS보다 관리 비용이 훨씬 적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렴한 비용을 무기로 국내 법인시장을 파고들 가능성도 있다. 이미 크롬 OS 사용자는 전 세계적으로 1억6000만 명에 달한다. 선다 피차이 구글 수석부사장은 “구글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구글은 ‘빅 브러더’가 될 것인가=모든 정보가 구글의 서버에 저장되는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보안은 취약해지지 않을까. 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1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이런 문제가 제기됐다. 한 기자는 “어떻게 구글을 믿으란 말이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구글이 아니라 크롬을 믿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구글 측은 “보안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각각의 애플리케이션들은 독립적으로 돌아가며 악성 코드나 바이러스가 침투할 수 없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또 “별도 로그인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게스트 모드’를 활용하면 어떤 정보도 PC나 구글 서버에 저장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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