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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합격률 … 외고 28%, 일반고 3.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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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13일 서울 강남 8학군에 위치한 A 일반고의 3학년 교실. 학생 30여 명 중 절반이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성적이 최상위권인 이모(18)양은 “마음 놓고 공부할 공간이 학교에 없고 스펙 관리나 논술·면접 준비도 혼자 해야 한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일반고에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양은 “3학년부터 수준별 이동수업이 없어져 공부할 수 있는 마지막 공간마저 사라졌다”고 하소연했다. 이 학교는 교실 수가 부족해 1, 2학년만 수준별 이동수업을 한다.

 같은 날 서울의 B 외고에서는 교내 토론대회 결승전이 한창이다. 대회에 참가한 안모(17)군은 “1학년 때부터 토론 수업을 하다 보니 입시 면접이나 논술은 다들 자신 있어 한다”고 말했다. 이 학교 진학지도실장은 “입시철이면 진학담당 교사 10여 명이 대학 입학처장들을 만나 정보를 얻어 온다”고 소개했다.

 이들 A, B 두 고교의 대조적인 풍경은 일반고와 특목고의 교육 여건 격차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중앙일보와 입시업체 하늘교육은 특목고와 졸업생 미배출고를 제외한 서울지역 고교 208곳 중 132곳의 2011학년도 서울대·고려대·연세대 합격자 현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일반고의 진학 실적은 특목고에 비하면 초라했다. 일반고 평균은 3.5%로 서울지역 6개 외고(28.2%)의 8분의 1 수준이다. 이번 조사에 답한 일반고의 수능 응시 인원(재수생 포함)은 9만2793명으로, 6개 외고(3699명)보다 25배가량 많다. 하지만 세 대학 합격자는 일반고 3283명, 외고 1042명으로 3배 차이에 불과했다. 6개 외고 중 1위인 대원외고는 절반 이상이 ‘SKY대’를 간다. 이는 일반고의 15배를 넘는 수준이다. 일반고 중 1위인 휘문고(13%)도 외고 중 합격률이 가장 낮은 서울외고(14.5%)에 못 미친다.

 공항고 정세만 교장은 “중학교 성적 최상위권은 특목고로, 상위권은 자율고로, 중위권은 특성화고로 빠진다”며 “일반고에는 중상위권과 하위권 학생들이 오기 때문에 한 교실에서 수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교실이나 추가 교사가 없어 수준별 수업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한다. 정 교장은 “일반고 교사들은 상위권 학생에게는 진학 지도를, 하위권은 취업 교육을 시켜야 해 일이 많다”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에서 세 대학 합격자를 5% 이상 배출한 고교 27곳 중에는 강남구(11곳)에 있는 학교가 단연 많았다. 이어 서초구 3곳, 양천·노원·용산구 2곳씩이 포함됐다. 강남구 일반고의 세 대학 합격자 배출 비율이 최하위인 구로구의 8배나 됐다.

 이번 조사에 응한 학교 중 구별로 세 대학 합격자 비율이 가장 높은 일반고는 강서구 마포고, 광진구 광남고, 노원구 대진고, 도봉구 선덕고, 서대문구 한성고, 용산구 중경고, 은평구 대성고, 중구 환일고 등이었다. 이들 학교는 합격률이 5% 이상이었다. 구로구 구일고(1.4%), 마포구 광성고(1.9%), 성동구 한양대사대부고(1.9%), 영등포구 여의도여고(1.6%) 등도 지역에서 가장 우수했으나 합격률이 2%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역별 일반고 간 격차는 전년에 비해서는 다소 줄었다. 강남구의 경우 전년 7.7%에서 6.8%로 낮아졌다. 임성호 하늘교육 이사는 “일반고 수험생이 전년 대비 9.2% 늘었는데 재수생이 22.5%나 증가했다”며 “수험생 수가 많아지다 보니 일반고의 세 대학 합격률이 낮아지고 재수생 증가가 많았던 강남구의 합격률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능이 어렵게 출제된 것도 특목고 학생에게 유리했을 것으로 분석됐다.

 사립고(87곳)의 세 대학 합격률(3.9%)이 국공립 45개 고교(2.9%)보다 높았다. 성별로는 남학교 4.5%, 남녀 공학 3.1%, 여학교 2.7% 순이었다.

윤석만·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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