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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사절단이 꼭 찾는 대덕연구개발특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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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이재구
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 이사장

세계 곳곳을 누비는 자동차와 국적 불문하고 주부들이 탐내는 가전제품들. 20세기 하드웨어형 수출로 부상한 한국은 이제 전 세계로 넘나드는 카라, 슈퍼주니어 등 아이돌의 21세기 문화 한류로 성장했다. 이처럼 우리에게는 응축된 힘, 즉 과학기술과 창의성에 바탕을 둔 혁신 역량이 있다. 남을 따라 하던 나라가 어느 새 배우고 싶어 하는 으뜸 국가로 부상한 한국의 희망적인 미래는 외국사절단의 계속되는 벤치마킹 방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이 빠뜨리지 않고 찾는 한국형 성장모델의 대표 중의 하나가 대덕연구개발특구다.

 현재의 대덕특구, 그 전신인 대덕연구단지가 첫 삽을 뜬 것은 1973년이었다. 열악한 여건에서 추진된 국가연구단지 건설은 한국형 원전과 글로벌 정보통신(IT) 시장을 호령하는 부호분할접속방식(CDMA), 와이브로(WiBro), 지상파 DMB 개발 등의 성과를 낳았다. 나아가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 과학기술 강국, 경제 선진국으로 부상하는 밑거름이 됐다.

 이에 그치지 않고 대덕은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2005년 연구개발특구로 지정된 대덕은 기존에 수행하던 기초원천기술과 대형 융·복합 과제에서 나아가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나온 공공기술의 사업화에 힘을 쏟고 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수많은 중소 첨단 스타기업과 히든챔피언을 배출해 혁신이 거듭되는 살아 숨쉬는 벤처생태계, 세계적 산·학·연 혁신클러스터로 커가고 있다. 미래 국가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해서는 수많은 첨단 벤처기업이 창업되고,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 진정한 의미의 동반성장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 대덕과 같은 혁신클러스터에서 싹튼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술이 시장에서 성공하고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우리에게 부여된 소명이다.

 “워싱턴과 이란의 핵 위협 증가와 이스라엘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려는 활동 강화 등…. 이스라엘의 미래가 낙관적이어야 할 이유는 거의 없어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글로벌 혁신의 선구자로서 중심적 역할을 해내리라 믿는다.”

 이스라엘의 성공요인을 다룬 베스트셀러 『창업국가』의 저자 사울 싱어가 최근 미국의 한 잡지에 기고한 내용이다. 한국에 대해서도 비슷한 표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전쟁의 위험과 거듭되는 핵 위협, 중국-러시아-일본-미국 등 주변국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 그러나 한국은 수십 년 만에 폐허를 딛고 번영해 온 것처럼 앞으로도 세계사의 주역으로 우뚝 설 것이다.”

 그 힘은 창업국가 한국의 미래에서 나오며, 대덕과 같은 연구개발특구에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월에는 광주와 대구가 연구개발특구로 추가 지정되기도 했다.

 그 저력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제5회 세계혁신클러스터 콘퍼런스(ICIC)가 지식경제부·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 공동 주최로 18~19일 개최된다. 사울 싱어가 ‘신생국가 다음은 무엇인가’라는 기조 발표에서 이스라엘의 성장 원동력 분석을 토대로 개혁과 변화 욕구가 강한 한국 경제에 다양한 시사점을 제시하고, 혁신클러스터 대가인 MIT의 스콧 스턴이 ‘혁신클러스터와 지역발전’을 발제하며 한국의 클러스터 업그레이드 방향을 제안한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글로벌 성공사례가 논의될 이 자리에서 모두가 함께 새로운 혁신가치를 발견할 수 있게 되길 소망해 본다.

이재구 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