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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조숙증 급증 … 5년 새 4.4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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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박민주(가명·8)양은 여섯 살 되던 해부터 가슴이 커지기 시작했다. 부모는 “요즘 아이들의 성장이 빠르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다”며 딸을 병원에 데려갔다. 검사 결과 박양의 성장판은 이미 12세 수준으로 나타났다.

쌍둥이 형제인 이동현·동훈(가명·8)군도 지난해부터 고환에 살이 찌고 음경이 커지는 증상을 보였다. 병원 검사 결과 이들의 성장판은 이미 13세 수준으로 발달한 상태였다. 병원 측은 “치료를 받지 않으면 앞으로 3~4년 밖에 더 자라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사춘기가 일찍 시작되는 성조숙증 환자가 최근 5년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06년부터 5년간 성조숙증 진료 인원을 분석해 13일 발표한 결과다. 2006년 6400명이었던 환자 수가 지난해 2만8000명으로 4배가 됐다. 이에 따라 성조숙증 관련 총진료비도 2006년 23억원에서 지난해 179억원으로 급증했다.

성조숙증 환자는 여자 아이의 경우 만 8세 이전에 가슴이 발달하고, 남자 아이는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지는 증상을 보인다.

 성조숙증으로 진료받은 나이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5~9세 아동이 71%를 차지했다. 성별로는 여자아이가 92.5%로 대부분이다. 성조숙증의 원인은 소아비만과 환경호르몬의 영향 등을 꼽는다. 난소나 중추신경계에 종양이 생겨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

 성조숙증을 앓게 되면 성장판이 빨리 닫혀 키가 충분히 클 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

 을지병원 소아청소년과 서지영 교수는 “조기에 발견해 사춘기 호르몬 억제제를 투여하는 등 지속적인 치료를 받는다면 성장판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며 “갑자기 키가 많이 크거나 살이 찐다면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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