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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외환은행 인수 사실상 무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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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가 사실상 무산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가 론스타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함께 하나금융의 인수 승인도 미루기로 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매각은 또다시 장기 표류할 전망이다.

 신제윤 금융위 부위원장은 12일 브리핑을 열고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에 대해 법률 검토를 했지만 외부 법률전문가들이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며 “사법처리 결과를 지켜본 후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절차도 사법적 처리 결과를 좀 더 지켜보고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 부위원장은 언제까지로 기한을 못박지는 않았다. 아직 론스타의 주가조작 사건 파기환송심은 고등법원에서 심의도 시작하지 않았다. 확정판결이 나오려면 2~3년은 걸린다. 금융위는 ‘법원 판단을 기다린다’고 표현했지만 사실상 외환은행 매각이 무산된 것과 마찬가지란 얘기다. 게다가 브리핑 전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오늘 (인수 승인 여부를) 끝내겠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에 대한 결론은 이미 내려진 셈이다.

 지난 3월 대법원이 론스타의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뒤로 금융위는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놓고 고심해 왔다. 유죄가 확정되면 론스타는 대주주 자격을 잃고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금융위의 고민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을 인정하면 ‘론스타의 먹튀를 도와준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을 게 뻔했다. 그렇다고 부적격 판정을 내린다면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국제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었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부담인 상황이었다. 결국 금융위는 이도 저도 아닌 ‘법원 확정판결 때까지 미루기’를 택함으로써 ‘면피’를 선택한 셈이다.

 하나금융과 론스타는 오는 24일까지 인수 승인이 나오지 않으면 계약을 파기할 수 있게 돼 있다. 계약이 파기돼도 론스타로서는 크게 잃을 게 없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대주주로 남는다면 올해 현대건설 매각 성사로 막대한 배당금을 챙길 수 있다.

 하나금융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남녀 관계로 치면 혼수까지 다 장만했는데 결혼이 중단된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남(사법부) 핑계를 대고 (승인을) 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법적인 구제방안을 찾아보고, 론스타와의 계약 연장도 타진해 보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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