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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시가 있는 아침 ] - 산 위에서 보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산 위에서 보면
-김종상 시, 유현주 그림

산 위에서 보면

학교가 나뭇가지에 달렸어요.

새장처럼 얽어 놓은 창문에,

참새 같은 아이들이

쏙쏙

얼굴을 내밀지요.

장난감 같은 교문으로

재조잘재조잘

떠밀며 날아 나오지요.



나뭇가지에 걸린 학교, 새장 같은 교실, 창문으로 고개 내미는 참새 학생들…. 이런 학교도 가장 신날 때는 수업이 모두 끝나고 교문 밖으로 나갈 때지. 하루를 알차게 채웠다는 뿌듯함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는 참새들의 비상…. 이처럼, 지구 밖 어디선가 우리를 귀엽게 지켜봐 주는 이가 있으면 좋으련만. 나뭇가지에 걸린 회사, 새장 같은 사무실, 창문으로 고개 내미는 참새 어른들…. 아, 그리고 저녁이면 선물꾸러미를 든 두 팔을 펼치고 마음껏 비상하며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박덕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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