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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먹는 하마’ 눈총 PDP TV … 끝내 거실에서 사라질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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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평판 TV 시장을 둘러싼 전쟁에서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가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자칫 퇴출될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새로 도입되는 에너지소비효율등급 기준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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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경제부는 TV, 창 세트, 변압기 등 3개 품목을 내년 7월부터 에너지소비효율등급과 최저소비효율기준 적용대상에 새로 포함할 예정이라고 5일 밝혔다. 에너지효율등급은 제품의 에너지 효율이나 사용량에 따라 1~5등급으로 구분해 제품에 표시하는 제도다. 5등급에 해당하는 최저소비효율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제품은 아예 판매가 금지된다. 현재 효율등급 적용 대상 제품은 냉장고와 세탁기를 비롯한 24개 품목이다. 지경부는 3개 품목이 효율등급제 대상에 추가되면 해마다 317억원어치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TV의 경우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제품의 사용전력 가운데 17%나 되는 품목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효율등급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효율 측정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국제전기기술위원회에서 공인된 측정방식이 결정됨에 따라 각국은 TV를 에너지 효율관리 대상에 포함시키기 시작했다. 미국에선 이번 달부터 효율등급 측정과 표시가 의무화된다. 유럽연합(EU)에선 내년 11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평판TV 전쟁은 1990년대 후반 PDP TV가 선보이면서 터졌다. 이어 곧바로 액정표시장치(LCD) TV가 나왔고 둘은 TV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치고받는 싸움을 펼쳤다. 2000년대 후반에는 발광다이오드(LED) TV까지 가세했다.

 처음에는 PDP TV가 압승했다. LCD TV의 절반에 못 미치는 ‘싼 가격’이 주무기였다. 특히 LCD의 경우 화면이 커질수록 값은 훨씬 더 비싸졌다. PDP는 가격상승폭이 크지 않았다. 반응속도가 빠르다는 점도 PDP의 장점이었다. LCD는 초당 240개 화면을 전달하는 240㎐가 최고 기술이다. 반면 PDP는 600㎐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스포츠 중계를 볼 때 화면 끌림 현상이 적었다.

 그러나 기술 발달로 LCD의 가격이 대폭 떨어지자 PDP가 밀리기 시작했다. 전기 효율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였다. PDP는 초고온에서 음·양 전자들이 움직여 자체적으로 빛을 내다보니 전기를 많이 먹고, 열도 많이 냈다. 초기에는 냉각장치를 따로 달아야 했고, 이 때문에 전기를 더 쓸 수밖에 없었다. ‘전기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쓰며 입지가 현격히 좁아졌다. 시장조사업체인 디스플레이 서치에 따르면 올해 TV 시장의 수요를 2억5800만 대로 예측했다. 이 중 84%인 2억1700만 대는 LCD·LED TV다.

 에너지효율등급제는 이 같은 추세에 쐐기를 박을 것으로 보인다. 지경부 조사 결과 현재 시판 중인 PDP TV 중 10%만이 3등급이고 나머지는 4~5등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경부 김용채 에너지관리과장은 “4~5등급도 시판은 가능하지만 공공기관 구매 대상에서 제외되고 각종 건축물이 에너지 절약 설계기준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비효율 제품을 쓰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PDP TV업계는 자신 있다는 반응이다. 기술 발달로 LCD TV급으로 전력소비량을 낮췄다는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에너지 소비 규제가 가장 심한 미국에도 PDP TV를 무리 없이 수출하고 있는 만큼 별 문제 없을 것”이라며 “특히 신흥시장에서는 가격이 여전히 큰 무기”라고 말했다.

 LCD 역시 마음 편한 상황은 아니다. 1~2등급이 22%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김용채 과장은 “결국 LED TV로 통일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현철·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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