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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향기를 나눕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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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허아람 대표가 지난달 28일 부산문화회관 소극장에서 열린 낭독회에서 인문서적을 읽은 감동을 말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삐걱거리던 미국 보스턴 대학 건물 계단을 올라가 만난 맑은 눈의 노학자. A4 용지에 이름을 크게 써 붙인 소박한 연구실에서 나눈 대화는 완벽한 행복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인품에서 우러나오는 아름다움이 감동적이었다.”

 부산의 청소년 인문학 서점 ‘인디고서원’의 허아람(40) 대표가 미국의 진보적 지식인으로 『미국 민중사』의 저자 하워드 진(2010년 작고)을 생전에 만났을 때 감동이다. 허씨는 이러한 감동을 청소년들에게 전하기 위해 전국을 도는 낭독회에 나선다.

 그녀가 기획한 ‘허아람의 꿈꾸는 책방낭독회’ 는 19일 서울 문화일보 홀 행사를 시작으로 창원·전주·춘천·인천 등 전국 12개 도시를 돌면서 열린다. 지난달 28일 부산문화회관 소극장에서는 인디고 서원 회원을 초청해 행사를 열었다.

 2시간 걸리는 낭독회는 허 대표가 청소년들과 세계를 돌면서 만난 저명한 저자들과 나눈 대화가 동영상으로 공개된다.

 『바그다드 동물원 구하기 』의 저자이자 야생동물보호 운동가 로렌스 엔서니, 냉철한 지성의 실천하는 지식인 『액체근대』의 저자 지그문트 바우만 등이 책에 쓰지 못했던 감동을 털어놓는다. 지그문트 바그만은 “개인의 정체성은 벽돌 쌓듯이 매순간 생을 걸고 쌓아가는 것이다. 지식인의 사명은 세상을 좋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가장 감동을 준 저자로 하워드 진을 꼽았다. “평생 사회정의 구현을 위해 투쟁하며 살아온 노학자가 인간의 중요한 가치를 정의· 자유라고 말하지 않고 ‘친절함’이라고 말할 때 눈물을 펑펑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낭독회 틈새에 그녀는 통기타 반주에 맞춰 10여곡을 부른다. 첫곡은‘봄날은 간다’다. 이 곡은 콜롬비아에서 불우한 청소년들에게 춤을 가르치는 ‘몸의 학교’ 알바로 네스트레뽀 교장이 뉴욕에서 춤을 배울 때 한국인 스승(조규현)에게서 배운 노래였다.

 그녀는 낭독회를 무료로 하려다가 유료로 바꿨다. 인디고서원에서 토론 모임을 하는 청소년들이 만드는 인문학 잡지 『인디고+아이엔지』,영문 인문학 잡지 『INDIGO』의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 잡지들의 수준은 정평이 나있다. 계간『INDIGO』는 2000부를 찍어 45개 나라 110개 도서관·연구소에 보내고 있다.

 ”정의로운 사회를 이끄는 힘은 인문서적을 많이 읽는데서 나온다. 청소년들이 인문서적을 감동적으로 읽을 수 있는 법을 안내하기 위해 낭독회를 연다” 그녀의 각오가 긴 여운을 남긴다. 문의 051-628-2897.

글=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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