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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용감한 자가 맛을 얻나니, 날것으로 먹어야 제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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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옥천 고당리, 박기영씨의 부엌에서 맛본 옻순 두루치기. 옻순이 닭고기를 담백하게 만들며 닭고기 기름은 옻순의 독성을 중화한다.


옻순 요리의 관건은 옻순 고유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다. 양념을 많이 쓰거나 조리법을 복잡하게 하면 안 된다. 옻순 특유의 맛을 가장 잘 느끼고 싶으면 갓 딴 옻순을 익히지 않고 된장이나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게 가장 좋다.

그러나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우르시올을 날려 보내기 위해선 가열을 해야 한다. 여기서 잠깐. 옻순은 물에 오래 씻으면 안 된다. 물과 오래 접촉할수록 시들시들해지기 때문이다.

충북 옥천의 소박한 부엌에서 맛본 현지식 옻순 요리와 서울의 쿠킹스튜디오에서 만들어 본 아기자기한 옻순 요리를 차례로 소개한다.

글=이상은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옥천에서 맛본 옻순 요리

1 옻순 초회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우선 옻순을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데친 옻순에 들기름과 초장을 넣고 조물조물 버무려준다. 심심하다 싶으면 여기에 닭고기를 곁들이면 된다. 옻순 데친 물에 닭 가슴살을 익힌 뒤 잘게 찢어 옻순과 함께 버무리면 된다. 옻닭을 먹는 것에서 알 수 있듯, 닭고기는 옻순과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이다. 닭고기의 기름기를 옻순이 담백하게 만들고 닭고기의 기름은 옻순의 독성을 중화시킨다.

2 옻순 두루치기

역시 옻순과 궁합이 맞는 닭고기, 들기름을 이용한 요리다. 닭고기는 찬물에 핏기를 뺀 뒤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물기를 뺀다. 프라이팬에 들기름을 두른 뒤 닭고기를 볶아 반쯤 익힌다. 흘러나온 닭고기 기름을 이용해 옻순을 함께 볶고 간장과 고춧가루, 다진 마늘로 양념을 한다. 취향에 따라 양파나 대파, 버섯 등을 첨가하면 된다. 닭고기 기름과 만나 옻순의 고소함이 극대화되는 요리다.

3 옻순 튀김

우르시올 성분이 열에 약한 것을 이용해 착안한 요리다. 옻순에 튀김옷을 입힌 뒤 250도 이상 끓는 기름에 튀겨낸다. 단 튀기는 시간은 5분을 넘지 않아야 한다. 바삭바삭한 식감 속에서 옻순의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4 옻순 감자 샐러드

옻순이 상큼한 샐러드로 다시 태어났다. 싱싱함을 그대로 살린, 매니어를 위한 샐러드다. 익힌 감자에 다진 마늘, 파슬리 가루, 파마산 치즈 가루, 올리브 오일을 넣고 버무린다. 안쪽의 작은 순은 그대로 쓰고 바깥쪽의 긴 순은 데쳐서 쓴다. 어린 옻순일수록 독성이 없기 때문이다. 접시에 취향에 따라 샐러드 채소를 깐 다음, 버무린 감자와 방울토마토, 옻순을 얹는다. 소스는 허니갈릭 드레싱이 어울린다.

● 허니갈릭 드레싱= 올리브오일 2큰술, 식초 2큰술, 설탕 1큰술, 꿀 1큰술, 다진 파슬리, 레몬즙, 후추, 소금 약간, 구운 통마늘 2알.

5 옻순 쇠고기 스테이크

스테이크에 옻순을 접목했다. 소금·후추로 간한 쇠고기 채끝살을 센불에 익힌다. 옻순은 재빨리 데친 후 물기를 빼놓는다. 쇠고기 스테이크 위에 얇게 썬 배와 옻순을 얹는다. 스테이크의 느끼함을 옻순이 없애준다. 쌉쌀하면서도 고소한 옻순과 시원하고 달콤한 배가 조화를 이룬다. 소스는 간장소스가 어울린다.

● 간장소스=간장 2큰술, 청주 2큰술, 설탕 1큰술, 다진 마늘 2분의 1작은술, 후추 약간.

● 촬영협조: 홍신애의 나인스파이스(02-517-5999)

옻순 궁금증 Q&A

옻순은 참으로 신기한 음식이다. 먹으면 가려운데, 심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데, 몸에는 또 그렇게 좋단다. 옻순에 대한 궁금한 몇 가지를 Q&A 형식으로 정리했다. 이상은 기자

Q 옻순은 먹으면 왜 가려울까.

 A 옻이 지닌 화학성분 우르시올 때문이다. 우르시올은 피부 표면뿐 아니라 몸속 호흡기관이나 소화기관의 점막에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처음엔 조금 가려운 수준이지만 대부분 가려움을 참지 못하고 긁어 부위가 확대되며 2차, 3차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Q 옻순은 몸에 얼마나 좋을까.

 A 옻순의 성질은 약재로 많이 쓰이는 옻 진액이나 진피와 같지만 그 강도가 약하다고 보면 된다. 중국 후한시대에서 삼국시대 사이에 집필된 중의학 고서 『신농본초경』에도 옻의 효능이 나와 있다. 옻을 오래 복용하면 암을 예방해주는데, 특히 어혈을 풀어주기 때문에 자궁이나 복부와 관련된 암 예방에 좋다는 내용이다. 『동의보감』에도 부인의 생리통이나 생리 불순에 효과적이라고 쓰여 있다. 이처럼 오래전부터 약재로 쓰여 온 옻은 맵고 더운 성질을 지녀 몸이 찬 사람에게 특히 좋다. 배를 따뜻하게 해 오장육부를 편안하게 해 준다. 그러나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이나 임산부, 예민한 사람에겐 좋지 않다.

Q 옻독을 예방하는 방법은.

 A 옻은 현대 한의학에서도 항암제로 효능을 인정받아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어떻게 독성을 없애느냐가 관건인데, 그래서 옻을 약재로 사용할 땐 까맣게 탈 정도로 볶아 우르시올 성분을 제거한다. 옻순을 음식으로 먹을 때도 날것보다는 열을 가해 그 성질을 변화시켜 먹는 것이 안전하다. 『동의보감』에는 꽃게 내장이나 달걀 흰자를 곁들여 먹으면 알레르기를 예방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가벼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면 이독공독(以毒攻毒), 즉 ‘독으로 독을 푼다’는 차원에서 옻순을 조금씩 반복해 먹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면 당연히 먹는 것을 삼가야 한다. 바깥 피부보다도 기관지나 호흡기의 점막에 알레르기를 일으킬 경우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도움말=서울 압구정동 ‘대자인 한의원’ 이병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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