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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왜 경영서 손떼나

중앙일보

입력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이 25년만에 CEO직에서 물러난 것은 반독점 혐의로 해체위기에 놓인 회사를 구하려는 자구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물론 이같은 그의 선택이 향후 MS 진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여기에다 소프트웨어 기술개발에 전념키로 한 그의 결심이 앞으로 MS의 세계 소프트웨어시장 지배에 또다른 전기가 될지도 관심사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도 "기술의 천재 게이츠가 앞으로 무슨 일을 낼지 재미있게 지켜볼 것" 이라며 그의 도박 같은 선택에 지대한 관심을 표시할 정도다.

◇ 퇴진 배경

전문가들은 우선 그가 퇴진한 시기에 주목하고 있다.
미 연방정부와 19개 주정부는 게이츠의 퇴진발표 하루 전인 12일 반독점법 소송과 관련해 MS를
운영체제
응용소프트웨어
인터넷 비즈니스 등 3개
회사로 강제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또 미국의 권위있는 정보기술 컨설팅회사 인터내셔널 데이터 코프(IDC) 도 이날 특별 보고서에서 "MS를 분할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는 의견을 내놓았다.
때문에 MS 내부에선 극약처방인 기업분할이 현실화되기 전에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써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대두됐다.

실리콘밸리 미래연구소의 폴 사포 이사장은 "게이츠는 반독점 소송이 이번 결정과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 이라고 말했다.

게이츠가 일선에서 먼저 물러남으로써 정부가 그에게 도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전략적으로 상황을 반전시켰다는 얘기다.
말하자면 ''공격적 방어'' 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10일 전격 발표된 아메리카 온라인(AOL) 과 타임워너의 합병으로 위축되고 있는 MS 내부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효과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공식 성명에 나와 있는 것처럼 MS가 창업정신으로 돌아가 ''포스트 PC'' 시대에 대비한 기술개발에 주력하기 위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MS의 윈도에 대항하며 급성장하고 있는 리눅스(Linux) 의 추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차세대 윈도 서비스'' 라는 새로운 응용체제를 구축해 나가기 위해선 게이츠의 기술적 혜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향후 역할

게이츠가 비록 최고 경영자직을 물러나기는 했지만 사내에서 그의 입지가 줄어들 것으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JP모건의 시장분석가 빌 에피파뇨는 "게이츠가 향후 무게중심을 PC에서 인터넷으로 옮겨가기 위한 신기술 개발에 나선 것은 매우 올바른 결정" 이라며 "앞으로도 회사의 주요 결정에 게이츠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것" 이라고 내다봤다.

또 후임 CEO인 발머와 게이츠의 관계로 미뤄볼 때 게이츠의 퇴진은 형식적인 것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결국 발머가 회사 내부의 살림살이를 꾸려나가고 게이츠는 기술쪽에 주력하면서 당분간 소송과 관련된 전략을 세워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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