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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하락 - 전세 대란 - 물가 폭등…분당 우파의‘레드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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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지도부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분당을 출구조사를 지켜보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왼쪽부터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나경원 최고위원·김 원내대표·서병수 최고위원. [오종택 기자]


4·27 재·보궐선거에선 ‘분당 우파의 분노’가 표출된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통적으로 한나라당을 지지한 보수성향의 중산층이 한나라당에 ‘옐로 카드’를 넘어 ‘레드카드’를 던졌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분당을에서 지면 한나라당은 끝”(홍준표 최고위원)이라며 절박하게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한나라당의 손을 잡지 않았다.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임태희(현 대통령실장) 후보의 득표율은 71.1%였지만 강 후보는 이보다 20%포인트 이상 떨어졌고, 민주당 손학규 후보는 과반이 넘는 득표(51.0%)를 했다.

 이른바 ‘분당 우파’가 한나라당에 강력한 경고장을 던진 이유는 아파트 가격 하락과 전·월세 대란, 물가와 유가 폭등 등이 계속된 탓이란 분석이 일차로 나온다. 장훈(정치학) 중앙대 교수는 “수도권 30, 40대는 부동표의 성향이 많은데, 물가와 주택시장 문제 등 경제적 형편이 굉장히 나빠진 그들이 정치적 목소리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야당이 지리멸렬한 상황이지만 여러 리더 중 한 명인 손 대표에게 주목하고 지지를 보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역대 재·보선 민심은 집권당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라는 것이다.

민주당 경기도당 위원장인 조정식 의원은 “분당처럼 고학력 유권자들이 집중된 선거구에선 후보의 ‘스펙’과 ‘지위’를 주의 깊게 따지는 만큼 현직 야당 대표를 떨어뜨리는 게 분당구민들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결국 ‘인물론’이 먹혔다”고 말했다.

 친박근혜계인 이한구 의원은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정부가 하겠다고 약속한 일은 안 하고, 하지 않아야 할 일은 강행했다”며 “한나라당은 그런 청와대의 일방 통행을 쫓아다니기만 하다가 잘못을 고치지 못했다”고 봤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분당우파의 ‘전략적인 투표’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김 교수는 “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변해야 하고, 한나라당은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요구가 강한 것 같다”며 “(분당우파가) 한나라당의 미래를 위해 분당을에서 승리해선 안 된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의 저인망식 연고 찾기도 힘을 발휘했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분당을 유권자 16만 6000여 명의 40%가 투표에 임하면 6만6000여 명이라는 계산이 나온다”며 “우리는 이 숫자의 절반인 3만3000명에 육박하는 연고자를 찾았다”고 귀띔했다.

글=김승현·백일현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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