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허점투성이' 용병관리 대책시급

중앙일보

입력

한국 프로농구가 고삐풀린 용병들의 일탈행위로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용병관리 문제점은 지난해 10월 버나드 블런트(당시 LG세이커스)의 무단 귀국으로 한바탕 소동을 빚은 지 4달만에 SBS 스타즈의 클리프 리드와 데이먼드 포니가 태업시위로 퇴출당해 또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프로농구 SBS는 포니와 리드를 모두 퇴출시키기로 11일 결정했다. 포니는 지난달 28일 SK나이츠전에서 허리통증을 핑계로 후반전에 출전하지 않았고 1일 삼성 썬더스전에는 유니폼도 입지 않은 채 경기장에 나타나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는 이유에서이다. 리드는 지난달 14일 창원에서 열린 LG세이커스전에서 줄곧 불성실한 플레이를 펼쳤고 합숙소를 멋대로 이탈하는 등 팀분위기를 해쳐왔다는 것이다.

LG 세이커스의 마일로 브룩스는 한술 더 떴다. 브룩스는 지난달 초 연습 도중 이충희 감독의 지시를 어기고 반항하다 심지어 주먹다짐을 벌이는 추태까지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충희 감독은 이에 대한 보복조치로 브룩스를 한달가량 벤치에 남겨놓는 일종의 징계를 해 9연패를 자초했으며 결국 선수전원이 삭발하고서야 겨우 연패수렁을 벗어났다.

동양 오리온스역시 '98-'99 시즌에서 팀의 대들보 역할을 하던 그렉 콜버트가 시즌중간 구단측에 아무런 통보없이 잠적해버려 32연패 수렁에 빠지는 수난을 겪었다. 이처럼 용병들의 돌출행위는 팀 사기를 갉아먹는 동시에 팀을 순식간에 연패에 빠트리는 경우가 많아 한국프로농구에서는 `용병관리=성적관리'라는 등식이 성립될 정도.

끊이지 않은 용병파동은 감독들의 정상적인 팀운영을 위협하고 모처럼 활기를 띠기 시작한 국내프로농구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높아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프로농구 행정을 전담한 한국농구연맹(KBL)은 외국인 선수 공개 선발에서 작성한 계약서이외에 용병들을 관리.감독할 만한 규정하나 제대로 만들어 놓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내프로야구가 미국, 대만 프로리그와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해 같은 `용병농사'를 지으면서도 유사한 말썽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 것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프로농구 관계자는 "팀전력의 60%를 차지하는 용병들이 툭하면 잠적하는 등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용병을 제대로 관리할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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