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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이 콕 집은 음대생, 성매매하고도 당당한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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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한 예술학교에서 학생들이 입학시험을 치르고 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특례입학시킨 일부 음대생들이 탈선의 늪에 빠져 허덕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학생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식료품을 외상으로 가져간 뒤 갚지 않아 주민의 원성을 사는 건 예사다. 남학생이 백화점에서 여자 속옷을 몰래 훔치는가 하면 일부 여학생은 성형을 하고 성매매에 나서기도 한다. 당연히 수업은 뒷전이다. 하지만 학교 측은 징계는커녕 충고 한마디 못한다. 김정일의 눈에 띄어 입학한 든든한 뒷배경 때문이다.

문제 학생들은 원래 군인이었다. 김정일이 이들이 근무하는 군부대를 찾았을 때 발탁했다. 예술소조 공연에서 노래를 잘하거나 악기를 잘 다룬다는 이유에서다. 북한에서는 이들을 ‘방침대상’이라고 부른다.

대북매체 열린북한방송은 25일 평양 교육성 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런 실태를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김정일의 지시로 김원균 명칭 평양음악대학(이하 평양음대)에 들어온 학생들 때문에 학교 측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물건을 훔치다 보위부에 적발되는가하면 수시로 폭력사건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보다 못한 학교 측이 이들에게 경고를 내리지만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고 한다. 교육성 관계자는 “일부 여학생들이 성형을 한 뒤 성매매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 제재를 하자 ‘방침대상인 나를 불러 놓고 감히 욕을 한다’며 ‘남들처럼 입고 쓰지 못해 대충 흉내라도 내려고 하는데 왜 그러느냐’고 따졌다”고 말했다.

이들이 이렇게 당당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학교 측 소식통은 “김정일의 지시로 한 달에 한 번씩 방침대상 성적과 생활태도를 중앙당 선전선동부 등에 보고해야 한다”며 “사실 그대로 보고하면 이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대학 당 위원회와 교직원이 징계를 받기 때문에 허위로 보고서를 작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꾸짖거나 징계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들이 징계당할까 염려해 우수학생으로 탈바꿈시킨다는 얘기다.

졸업한 뒤에도 방침대상에 대한 특별대우는 이어진다. 만수대 예술단이나 보천보 전자악단 등에 배치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식 절차를 밟아 입학한 학생과 방침대상 간에 감정의 골이 깊어가고 있다. “실력도, 가정형편도 부족한데 문제만 일으키고 직장까지 좋은 곳으로 가게 되니 정식입학학생들이 곱게 볼 리 없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보통 평양음대엔 출신 성분(배경)이 좋거나 당 간부 자녀가 입학한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자녀는 주로 군에 입대한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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