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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방이 미는 태자당, 후진타오 라인에 도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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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링허우(六零後). 중국에서 1960년 이후 출생한 정계 샛별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 ‘류링허우’들이 중국 6세대 정치 지도자군(群)을 이루며 중국 사회의 세대 교체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1세대인 마오쩌둥(毛澤東·모택동)부터 시작해 덩샤오핑(鄧小平·등소평, 2세대))→장쩌민(江澤民·강택민, 3세대)→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 4세대)→시진핑(習近平·습근평, 5세대) 등을 잇는 6세대 그룹 중 ‘류링허우’들은 장·차관급에만 100여 명이 포진해 두터운 인력풀을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세대 시진핑 정권이 출범하면 류링허우를 주축으로 하는 6세대 지도자들도 주요 직책을 맡고 정치 무대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내년 가을에 열리는 제18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8전대)를 앞두고 이들 6세대의 물밑 각축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시점인 것이다.

지난 11일 쑤수린(蘇樹林·49)은 푸젠(福建)성 대리성장으로 첫 직무를 시작했다. 쑤 대리성장은 직전에 중국석유화학그룹(시노펙) 총경리(CEO)를 역임했다. 하얼빈대 공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다칭석유의 말단 견습공으로 출발한 그는 25년 만에 중국의 매출 1위 국영기업인 시노펙을 주무르는 위치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쩡칭훙(曾慶紅·증경홍) 전 부주석과 저우융캉(周永康·주영강) 정치국 상무위원을 이을 ‘석유방(幇)’의 차세대 주자로 단번에 주목을 받고 있다.

석유방의 1세대 지도자는 다칭 유전을 발견한 위추리(余秋里) 전 부총리였다. 위추리의 비서를 지낸 쩡 전 부주석은 석유부 간부를 지내며 입신의 기반을 닦았다. 저우 상무위원도 중국석유에서 분리된 중국석유천연가스(CNPC)의 CEO 출신이다.

루웨이(魯<7152>·51) 신화통신 부사장도 장관급인 베이징시 당위원회 상임위원으로 발탁됐다. 기자 출신인 루 위원은 1960년생이다. 루 위원과 쑤 대리성장은 비정치권에서 현장 경력을 쌓은 전형적인 테크노크라트들이다.

비정치권 출신인 ‘류링허우’들이 정치권으로 자연스럽게 유입될 수 있는 건 중국의 독특한 조직·인사 시스템인 당조(黨組) 때문이다. 쑤 대리성장은 시노펙의 당조 서기였으며, 루 위원도 신화통신의 당조 비서장을 역임했다. 2006년 국영 항공기 제작업체인 코맥(COMAC·중국상용항공기)의 총경리에서 중국 국방과학공업위원회 주임(장관급)으로 발탁된 장칭웨이(張慶偉·50)도 코맥의 당조 서기였다. 장도 류링허우의 대표 주자군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종의 리더급 당원 클럽인 당조는 공산당 중앙조직부가 관리한다. 당조 인사들끼리는 재계·언론계에서 정치권으로의 수평 이동이 가능하다. 중앙조직부 산하에서 이뤄지는 일종의 보직 전환이기 때문이다. 당 조직부로선 언제든 정치권으로 수혈이 가능한 당조 인사들로 두터운 인재풀을 구성해 무한 경쟁을 시키는 셈이다.

류링허우는 아니지만 장제민(蔣潔敏·56) 중국석유천연가스(CNPC) 회장도 최근 윈난성 성장으로 하마평에 오르면서 6세대 후보군으로 부상했다.

6세대 새 얼굴 동시다발 등장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6세대 새 얼굴이 등장하면서 후춘화(胡春華·호춘화·48) 네이멍구(內蒙古) 당서기와 저우창(周强·주강·51) 후난(湖南)성 당서기가 이끌고 있는 6세대 주자군의 내부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또 류링허우인 쑨정차이(孫政才·손정재·48) 지린(吉林)성 당서기와 루하오(陸昊·육호·44) 중국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 제1서기도 6세대 그룹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베이징대 농림과학원 박사 출신인 쑨 서기는 2006년 12월 농업부장에 임명되면서 최연소(43세) 장관 기록을 세웠다. 산둥(山東)성 출신으로 대학 졸업 후 농업 연구와 행정에만 전념해온 대표적인 농업통이다.

누얼 바이커리(努爾白克力·50) 신장위구르자치구 주석도 현재 정부장(正部長·장관)급 이상의 류링허우 간부 가운데 유일한 소수민족 출신으로 상징성이 큰 인사다.

자연히 6세대 간의 고지 선점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쑤 푸젠성 대리성장과 장제민 회장의 등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들이 상하이방(상하이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치세력, 장쩌민 전 주석이 대표적)의 측면 지원을 받는 태자당(혁명 원로 및 전직 고위 당·정부 고위직의 자제와 친인척)의 ‘킹메이커’ 쩡칭훙 전 부주석의 직계 인맥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후진타오와 쩡칭훙 파벌 간의 6세대 지도부를 선점하기 위한 물밑 각축 구도가 짜이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6세대 선두권은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정치 기반인 중국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의 핵심 포스트인 중앙서기처 제1서기 출신들이었다. 저우 후난성 서기와 후 네이멍구 서기는 후 주석이 맡았던 중앙서기처 제1서기를 승계해 대표적인 ‘후진타오 라인’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후베이(湖北)성 출신인 저우 서기는 시난(西南) 정법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공청단 중앙서기처 서기(1995년)를 거쳐 38세에 중국 공청단의 최고 직위인 중앙서기처 제1서기에 올라 8년간 장수 서기로 이름을 알렸다. 후 서기도 공청단 출신으로 저우창의 뒤를 이어 공청단 중앙서기처 제1서기를 역임했다. 베이징대 중문과 출신인 후춘화는 티베트 자치구 부서기와 장관급인 공청단 중앙서기처 제1서기를 거쳐 허베이 성장을 역임했다. 누얼 바이커리 주석도 신장의 공청단 대학위원회 서기를 맡아 정치 기반을 닦았다.

정용환 특파원 narrativ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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