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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매장·탄소포인트로 ‘녹색 새마을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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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경북 구미시 상모동 우방신세계타운 1단지 ‘새마을 알뜰매장’에서 그린마을추진위원회 위원들과 입주민들이 재활용 의류 등을 살펴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박연흥 위원장. [프리랜서 공정식]


“그래 너한테 딱 어울리네. 한번 입어 봐!”

“한번 입혀 볼까요.”

 지난 20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우방신세계타운1단지 ‘새마을 알뜰매장’. 주부들이 한 어머니가 아이를 안고 들어서자 T셔츠를 아이 가슴에 펴 보였다. 매장에는 어린이용 셔츠·청바지 등이 많았다. 주민들이 헌옷함에서 골라내 세탁한 뒤 재활용하는 옷들이다. 옆에는 헌 책도 보였다.

 새마을 알뜰매장은 아파트 관리사무소 1층에 주민 휴게실을 겸해 마련돼 있다.

 알뜰매장은 물건을 파는 사람이 따로 없다. 주민들은 옷이나 책이 필요하면 가져가고 내고 싶은 만큼 돈을 저금통에 넣는다. 그래도 지난 한해 여기서 50여만원이 모였다. 이 돈은 불우이웃을 돕는데 쓰였다.

 알뜰매장은 이 아파트의 새마을 조직인 그린마을추진위원회가 운영하고 있다. 아파트 주민이 펼치는 새로운 녹색 생활 새마을운동이다.

 그린마을추진위는 에너지도 절약하고 있다. 추진위는 지난해 3월부터 주민들에게 탄소포인트제 가입을 권유했다. 절전·절수를 위해서다. 가입 주민들은 안 쓰는 전기 플러그부터 뽑았다. 전기요금도 줄이고 연말에는 구미시가 주는 포인트 상품권도 받았다. 가입 가구는 급속히 늘어나 지난해 전체 820가구 중 671곳이 동참했다. 추진위는 한달에 한번 10분 동안 단지 전체 소등도 실천하고 있다. 공동전기료도 줄였다. 지난해는 엘리베이터의 형광등을 LED(발광다이오드)로 교체했다. 요금이 30%나 줄었다. 올해는 LED를 현관과 주차장으로 확대하고 있다.

새마을운동중앙회와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전국의 녹색생활실천 시범마을(그린마을) 48곳 중 이곳을 우수마을로 선정했다. 주민들 스스로 실천 계획을 세워 에너지를 절감하고 자원을 재활용한 걸 높이 평가한 것이다. 그린마을추진위 박연흥(46·여) 위원장은 “올해는 전 주민을 탄소포인트제에 가입시킬 것”이라며 “전국 1등 그린 새마을을 지켜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아파트가 위치한 구미시 상모동은 새마을운동과 인연이 깊은 곳이다. 700m 거리에 새마을운동을 주창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가 있고 외국인이 자주 찾는 경북도 새마을회관도 인접해 있다. 단지 옆으로는 ‘새마을로’가 나 있다.

주민들 제안은 토론을 거쳐 곧바로 실행된다. 아파트 계단 곳곳에 놓여 있던 흡연용 재떨이 깡통은 최근 모두 사라졌다. 음식물 쓰레기도 수거 방식을 바꿨다. 추진위는 500만원을 들여 전 가구에 물기를 뺄 수 있는 플라스틱 음식물 쓰레기통을 나눠 주었다. 그때부터 음식물 쓰레기의 양도 줄이고 비닐봉지도 사라지게 됐다.

 추진위는 단지의 생태 환경 꾸미기로도 눈을 돌렸다. 산업용 폐콘크리트를 가져와 화단 테두리를 꾸몄다. 연산홍 등 나무도 더 심고 지난 주에는 꽃씨도 뿌렸다.

글=송의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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