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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도 못 뚫는 ‘피난처’ … 승선 전 일주일 대피 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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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휴~.” 21일 오후 7시. 서울 여의도의 한진해운 본사엔 비로소 생기가 돌았다. 해적들에게 납치된 것으로 여겨졌던 한진텐진호의 선원들이 모두 안전하고, 상황이 무사히 종료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일부 직원은 안도감에 눈물을 글썽였다.

 14시간의 통신 두절은 한진해운 임직원들과 선원 가족들을 숨막히게 했다. 한 가닥 희망은 배 내부에 마련된 ‘긴급피난처’였다. 긴급피난처는 해적의 침입이나 선박 내부의 비상 상황에서 선원들이 피할 수 있는 공간이다. 긴급피난처 내부에는 비상식량과 함께 통신시설이 갖춰져 있는 데다 외부에서 부수고 들어올 수 없도록 두꺼운 철판으로 견고하게 제작돼 있다.

 한진텐진호는 2007년 건조 당시엔 이런 시설이 없었으나 삼호주얼리호 피랍 사건 이후 갖춘 것으로전해졌다. 한진해운 임직원들은 선원들이 매뉴얼대로만 해주기를 기대했다. 삼호주얼리호 피랍 사건 이후 위기 상황별로 구체적인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매일 대피 훈련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한진텐진호도 승선 일주일 전부터 합동훈련을 거듭했다고 한다. 결국 이 매뉴얼이 선원들을 지켰다.

김종도 한진해운 전무는 상황 종료 뒤 “박상운 선장이 어두운 한밤중에 해적들의 총격이 두 차례 벌어지자 매뉴얼에 따라 엔진을 끄고 조타실을 잠근 뒤 전체 선원들과 긴급피난처로 피했다”며 “평소 매뉴얼대로 침착하게 대응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선원들 중에는 20대 초반의 여성 3등 항해사인 이진주(22)씨도 있었다. 이씨는 올해 한국해양대학교를 졸업하고 지난 3월 첫 항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이날 오후 9시10분쯤 집으로 전화를 걸어 “건강하게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의 가족들은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김종문 기자

한진텐진호

■ 크기 : 길이 304m(63빌딩 높이는 249m)

■ 폭 : 40m 높이 : 24m 무게 : 7만5000t

■ 넓이 : 약 축구장 두개 크기

■ 속도 : 27노트
(약 50㎞일반 콘테이너선은 24노트)

■ 콘테이너 선적용량 : 650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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