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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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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조용기 원로목사 가족에 의한 ‘교회 사유화’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여의도순복음교회. 교회 최고의결기구인 당회(堂會)가 조 목사 가족의 역할을 축소하며 일단 사태가 봉합됐다. [중앙포토]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의 교인 수는 46만 명이다. 단일 교회로선 세계에서 가장 크다. 연간 예산만 1250억 원에 달한다. 수년 전부터 교회 내 주도권 다툼을 위한 갈등이 진행됐다. 2008년 조용기(75) 목사의 은퇴가 직접적인 계기였다. 조용기 원로목사는 요즘도 매주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주일예배 4부에서 설교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교회 사유화 논란’으 로 인한 교회 내 갈등이 표출됐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사태의 배경과 전망은 어떤 걸까. 공교롭게도 개신교계 보수(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진보(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함께하는 올해 부활절(25일) 연합예배가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다.

 ◆조용기 목사 가족 내부의 갈등=여의도순복음교회는 연간 30억 원 이상을 국민일보에 지원하고 있다. 국민일보 운영권을 둘러싸고 장남 조희준씨와 차남 조민제씨가 대립했다. 형제간 세력 다툼만은 아니었다. 조 목사의 부인 김성혜 한세대 총장은 장남을 지지했고,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원로인 노승숙(국가조찬기도회장·전 국민일보 회장) 장로는 사위인 차남을 지지했다.

 노 장로는 지난해 10월까지 국민일보 회장직을 맡았다. “사내에 구두 닦는 사람까지 노회장을 지지한다”는 말이 돌 만큼 조직 장악력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김 총장 측에서 사돈인 노 장로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당시 김 총장은 노 장로를 자신의 집무실로 부른 뒤 안에서 문을 잠그고 4시간 동안 “사퇴 각서를 쓰라”고 압박했다. 결국 노 장로는 각서를 썼고, 후임 발행인으로 김 총장을 추천한다는 내용에 서명을 했다.

 이를 계기로 조 목사의 장남 측과 차남 측의 갈등이 노골화했다. 문제가 증폭되자 조용기 원로목사가 직접 나섰다. 조 목사는 “내가 직접 국민일보 발행인과 회장직을 맡겠다”며 문제를 봉합했다. 그래도 갈등은 ‘잠 자는 폭탄’이었다.

 ◆김성혜 총장, 왜 국민일보를 노렸나=조용기 목사는 올해 75세다. 김 총장 측은 향후에도 오랫동안 교회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한다. 어머니(순복음교회를 세운 최자실 여사)와 남편의 피땀으로 세운 교회이기 때문이다. 교계에선 “그것이 이번 사태의 근본적 이유 중 하나”라고 말한다. 김 총장에게 국민일보는 일종의 ‘교두보’다. 교계 관계자는 “한세대를 운영하며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한다. 예전에는 그걸 노 장로를 통해 해결했다. 그러나 관계가 틀어지면서 창구가 막혔다. 궁극적으로는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장악하기 위해 국민일보를 창과 방패의 용도로 쓰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회가 목소리 내기 시작=국민일보 장악이 좌절되자 김 총장은 포문을 여의도순복음교회로 돌렸다. 지난해 10월 순복음선교회 이사, 올해 2월에 여의도순복음교회 명예목사에 취임했다. 본격적으로 교회 내 영향력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그 동안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침묵하는 처지였다. 사태를 관망할 뿐이었다. 2008년 5월 조용기 목사의 뒤를 이어 교회를 맡은 이영훈 담임목사는 ‘낮은 자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교회 사유화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자 당회(堂會)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담임목사·부목사·시무장로들로 구성된 당회는 교회 내 최고 의결기구다.

 17일 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는 ‘조용기 목사 가족의 역할 축소’를 의결했다.

<본지 4월18일자 20면>

조 목사는 순복음선교회 이사장·사랑과행복나눔 이사장·국민일보 회장직을 맡고, 김 총장은 한세대 총장과 해외선교, 장남 조희준씨는 엘림복지타운 또는 해외선교회 관련기관 중 택일, 차남 조민제씨는 국민일보를 맡기로 했다. 이날 임시당회에는 548명의 장로가 참석해 479명 찬성, 66명 반대, 3명이 기권했다. 반대표를 던진 60여 명은 조 목사와 가족이 모든 직책을 내려놓으라고 주장했던 이들이다.

 당회 후에는 “우리 당회는 앞으로 원로목사와 가족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당회장 이영훈 목사를 중심으로 교회 안정과 부흥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결의한다”고 발표했다. 또 당회는 조 목사의 가족이 이에 불응할 경우 해당 기관을 통해 이행에 필요한 모든 행정적·물리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당회가 나서서 교통정리를 한 셈이다. 동시에 이를 지키지 않을 시에 대해 강력한 경고까지 던졌다. 이영훈 담임목사를 중심으로 한 당회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 총장 측의 대응이 관건=이번 당회의 결정을 김 총장 측에서 어떻게 수용할지 관심사다. 아직 공식적인 반응은 없다. 20일 서울 강남의 한 교회에서 김 총장 측이 모여 대책회의를 했다는 얘기도 있다. 교계에는 벌써 ‘5월 반격설’ ‘6월 반격설’도 떠돌고 있다. 25일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선 부활절 연합예배가 열린다. 이영훈 담임목사는 20일 기자간담회에서 부활절의 의미를 짚으며 “고난 후에 하나님의 은혜가 임한다”고 말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고난이 부활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백성호 기자

알려왔습니다 기사에 대해 김성혜 한세대 총장이 “노승숙 장로(당시 국민일보 회장)를 김성혜 장학회 사무실에서 만났을 때 문을 잠그지 않았고, 4시간 동안 사퇴각서를 쓰라고 압박한 사실이 없다. 노 회장이 스스로 국민일보 회장 및 발행인직을 사퇴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그 내용을 문서로 작성했다. 국민일보 경영권을 취득하려 하거나,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장악하려 한 적이 없다. (당회 결정에 대해) 20일 대책회의를 한 적이 없다”고 반론 보도를 요청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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